[휴지통]빗나간 우정…친구대신 교통사고 자수했다 들통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25t 화물차를 운전하는 황모(37) 씨는 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호남고속도로 서순천 나들목 부근에서 8중 추돌사고로 멈춰 있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부상자를 구하던 이모(43·목사) 씨가 차 사이에 끼어 숨졌다.

당시 음주운전을 했던 황 씨는 주위가 어수선한 틈을 타 차를 세워둔 채 달아났다.

황 씨는 고교 동창인 김모 씨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도움이 필요하다”며 순천 모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

황 씨는 “사고를 냈는데 네가 운전한 것으로 해 달라”며 김 씨를 병원에 입원시킨 뒤 사고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내가 차주인데 친구가 사고를 내 현재 응급실에 있다”고 둘러댔다.

황 씨의 범행은 경찰이 김 씨의 알리바이를 집중 추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가 처음에 사고 직후 병원으로 갔다고 진술했으나 3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씨를 재조사한 끝에 범행을 자백 받았다.

타일공인 김 씨는 “친구가 중고차도 주고 일거리를 마련해 주는 등 신세를 많이 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 씨와 김 씨에 대해 각각 뺑소니와 범인 도피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순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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