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 그 파란 물’ 어디 갔나?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내것 아니니까…’ 수질-공기 오염 무관심한 우리들

‘뿌연 서울’ 미세먼지 농도 외국의 2~3배

《시조시인인 노산 이은상은 고향인

마산을 그리며 지은 시 ‘가고파’에서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라고 노래한다.

그가 어릴 적 바라본 마산 앞바다는

맑고 파란 물이었다.

‘가고파’를 지은 1932년에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마산 앞바다는

수질오염으로 고동빛의 탁한 색을

띠고 있다. 시인이 그렸던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바닷물만이 아니라 강물 오염도 심각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정부가 10년 동안 8조 원을 투입하여 추진한 ‘물 관리 종합대책’(1996∼2005년)의 수질개선 효과를 평가한 결과, 4대 강 상류 수질은 ‘청정수’ 평점인 90점에 미치지 못했다. 4대 강 하류구간의 평균 수질은 1996년 71점에서 2005년 78점으로 다소 높아졌으나, 음용수로 사용하려면 상당한 처리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3월 5일에 발표된 유엔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자원 양은 세계 146위로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다. 단, 수질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좋은 물을 보전하지 못하고 오염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만 오염된 것이 아니라, 공기도 많이 오염됐다. 시인 윤동주(1917∼1945)는 ‘별 헤는 밤’이라는 시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라고 노래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도시인들은 밤하늘을 보며 별을 셀 수가 없다. 대기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다.

경유차에서 포말처럼 부서져 나오는 미세먼지는 도심의 시정거리(먼 거리의 지물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거리)를 떨어뜨린다. 체내에 쌓일 경우 천식과 아토피 등 각종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미세먼지 기준치인 ㎥당 40μg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주요 도시와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OECD 국가들의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해 2∼3배 높다. 이산화질소(NO2) 수치 역시 외국의 주요 도시들에 비해 높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공장의 매연과 폐수가 많이 배출됐다. 자동차 수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도 많이 배출됐다. 그 결과, 공기와 물이 크게 오염됐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생산의 증가와 자동차의 증가가 환경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18세기 영국에서는 지역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지가 있었다. 공유지는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은 자기 땅보다는 공유지에 가축을 풀어 풀을 뜯어 먹게 하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도나도 공유지로 가축을 몰고 오자 공유지에 풀이 사라지고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반면, 개인이 소유하는 목초지에는 풀이 무성했다.

자신의 목초지는 황폐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사람도 공유지에 대해서는 그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것이 아니므로 아낄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유화되지 않은 공유자원은 황폐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비단 공유목초지뿐만이 아니라 소유권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자원은 무엇이든 금방 황폐화되고 만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는 것도 바다 강 대기가 소유권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공유자원’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은 ‘공유지의 비극’의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공유자원을 자기 것처럼 아끼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모든 사람이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면 대기 오염도 심해지고 도로도 복잡해져 모두에게 손해가 되지만,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 오염도 줄어들고 교통소통도 원활해져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횐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