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비문학(2)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첫 문단 내용에 주목 → 문단별 소주제 파악 후 연결

《대학수학능력시험 비문학 지문은 1400자 내외로 출제된다. 성인이 보통 1분에 1000자 정도를 독해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문학 지문 1개를 읽는 데에 평균 1.5분 정도 걸린다는 얘기다. 수능 언어는 듣기를 제외한 45문항을 67분에 풀어야 하므로 문항당 약 1.5분이 소요된다. 결국 수능 언어영역은 지문을 정확히 읽는 것뿐만 아니라 빠르게 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2008학년도 수능부터 언어영역 문항수가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줄었지만 수능 언어영역은 ‘능력 검사(power test)’라기보다 ‘속도 검사(speed test)’인 것이 현실이다.》


〈표1〉비문학을 위한 핵심체크포인트
순위체크포인트
1기출문제부터 시작한다
2꾸준한 독서로 독해의 내공을 기르자
3틀린 문제는 반드시 점검하자
4사전을 통해 어휘력을 기르자

▒비문학 지문, 어떻게 만드나

수능이나 평가원 모의평가의 비문학 지문은 기존에 출간된 글의 한 부분을 활용하기보다 한 편의 완결된 글을 간략히 재구성해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글의 완결성과 교육적 함의를 위해 출제자가 출제 지문을 직접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 비문학 지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분량은 대개 1400자 내외가 된다. 너무 길면 글의 초점이 분산되거나 독해 시간이 많이 걸릴 우려가 있고, 너무 짧으면 충분한 정보를 담기 어려워 좋은 문제를 내기 어렵다. 둘째, 교육적 함의가 충분한 글을 선정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교육적 가치가 있는 글을 대상으로 하기에 사회적, 학문적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제는 다루기 어렵다. 셋째, 구성과 체제가 우수하고 어법에 맞는 표현을 사용하며 논리적 모순이 없는 모범적인 글이 선정된다. 넷째, 설명적 요소와 설득적 요소를 결합해 앞부분은 기본 개념이나 원리 등을 해설하고 뒤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내용과 연관된 예시나 주장, 의견 등을 개진하는 지문이 많다. 다섯째, 원리와 적용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 앞에서는 개념이나 원리를, 뒤에서는 실제상황이나 현실에 적용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한다.

출제 매뉴얼은 비문학 지문 독해방법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출제매뉴얼은 수험생과 교사들의 필독서다.

<참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에서 발췌

나. 지문(자료)의 선정 및 제작

언어 영역에서 지문(자료)은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교육적 의의를 고려하여 엄선하여야 한다. 지문은 인문적 깊이와 생활상의 필요 등을 적절히 고려하여 선정하되,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춘 글을 선정한다.

○ 삶의 경험과 사색이 응축된 글

○ 현대적인 관점에서 계승할 만한 가치 있는 내용을 담은 고전

○ 풍부한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는 아름다운 글

○ 논리적·구성상의 엄밀성, 내용상의 풍부함 등 일반적인 좋은 글의 요건이 두루 갖추어져 글쓰기의 모범을 보이는 글

○ 치밀한 사고와 엄밀한 논리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글

○ 글 자체가 탐구 정신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읽기 과정 자체를 통하여 사고의 폭을 넓혀 주고, 사고력 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글

○ 단순 사실이나 주장을 평면적으로 담고 있는 지문보다 필자의 주장이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지문.

○ 내용과 형식면에서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문.

이런 글이 많은 ‘독서’ 교과서를 꾸준히 읽으면 문단별 주제 찾기 연습에 좋다. 독해의 결과를 점검하는 ‘학습활동’ 공부는 필수임을 잊지 말자.

〈표2〉출제에서 배제되는 지문 내용
순서내 용
1특정 종교나 특정 지역 혹은 여성, 노인, 장애우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내용
2논쟁의 여지가 있는 민감하거나 자극적인 내용
3지나치게 난삽한 내용이나 학계에서 공인되지 않은 학설을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리인 듯 기술한 내용
4논쟁의 대상인 어느 한 편을 일방적으로 옹호만 하거나 비난하면서 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내용

▒비문학, 이렇게 읽자

비문학 지문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지문을 읽은 뒤에 문제를 푸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하지만 ‘속도 검사’가 된 수능 언어영역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시간 부족을 겪기 쉽다. 과거 언어영역이 60문항이던 시절, 50번 이후 문항의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던 통계가 있다. 이는 많은 수험생들이 후반부 문제들을 풀지 못하고 답을 ‘찍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50번 이후 문항에는 B/D(Blank/Double)가 많았다. 답지를 비우거나 답안을 중복 표기한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부터 문항수를 50문항으로 줄이고 시간도 80분으로 조정했지만, 지문 수에 변함이 없고 고등사고력 측정 문제가 많아져 이런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문학 지문도 문학 지문처럼 문제를 먼저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과 같은 문제는 반드시 문제를 먼저 보기를 권한다. 답지 5개 중 4개는 옳은 진술이므로 본문의 내용을 짐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비문학 독해의 기본원리

비문학 독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주제 파악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수능의 비문학 지문은 고도로 정제된 지문이다. 수능 출제단에는 문장을 가다듬는 검토진, 윤문진이 따로 있기 때문에 통일성, 완결성, 일관성 등 문단의 원리에 적합한 지문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각 문단의 소주제를 파악해 연결하면 비문학 지문의 독해는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소주제 파악에는 같은 글을 반복해 읽는 것 외에 별다른 요령이 없다. 하지만 수능에선 그럴 여유가 없으므로 다음의 원칙들을 활용해 시간을 아끼자.

(1)반복되는 추상적 단어를 주목하라

주제는 대체로 그 문단에서 되풀이되는 추상적인 단어에서 나온다. 하나의 문단, 하나의 글에는 반복되는 단어가 있고 그 단어가 주제어일 확률이 높다. 2009학년도 6월 모의평가 지문을 살펴보자.

<참고> 2009학년도 6월 모의평가 13∼15번 지문

신기루는 그 자리에 없는 어떤 대상이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신기루는 환상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원래의 대상이 공기층의 온도 차 때문에 다른 곳에 보이게 되는 현상이다. 찬 공기층은 밀도가 크고 따뜻한 공기층은 밀도가 작다. 이러한 밀도 차이는 빛이 공기를 통과하는 시간을 변화시키는데, 밀도가 클수록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때 공기층을 지나는 빛은 밀도가 다른 경계 면을 통과하면서 굴절한다. 따라서 신기루는 지표면 공기와 그 위 공기 간의 온도 차가 큰 사막이나 극지방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사막의 지표면은 쉽게 햇볕을 받아 가열되고, 지표면 공기는 그 위층의 공기에 비해 쉽게 뜨거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에 비해 밀도가 작은데, 이러한 밀도 차이에 의해 빛이 굴절하게 된다. 나무 한 그루가 사막 위에 있다고 가정하자. 나무의 윗부분에서 나온 빛의 일부는 직진하여 사람 눈에 곧바로 도달하므로 우리 눈에는 똑바로 선 나무가 보인다. 그러나 그 빛의 일부는 아래로 가다가 밀도가 큰 공기층을 지나며 계속 굴절되어 다시 위로 올라가고, 나무의 아랫부분에서 출발한 빛은 계속 굴절되면서 더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두 빛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나무가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아래 신기루라고 한다. 따라서 멀리서 볼 때는 바로 선 나무와 그 밑에 거꾸로 선 나무의 영상이 동시에 보이는 것이다. (하략)

이 글은 신기루가 발생하는 과학적 원인과 그 유형을 설명하는 글이다. 이 지문의 핵심어는 무엇일까? 1문단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신기루, 대상, 공기, 온도 차, 밀도, 빛’ 등이며, 2문단에 반복되는 단어는 ‘공기, 굴절, 밀도, 빛, 나무’ 등이다. 여기에서 ‘대상’에 포함되는 ‘나무’를 제외한 단어들로 주제문이 만들어진다.

즉, 신기루는 원래 있던 대상이 공기층의 온도 차이 때문에 다른 곳에 보이는 현상으로, 공기를 통과하는 빛이 공기의 밀도 차이에 의해 굴절돼서 생긴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신기루는 밀도가 높은 차가운 공기층과 밀도가 낮은 따뜻한 공기층으로 인해 빛이 굴절 현상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반복되는 단어를 작은따옴표(‘’)로 묶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그 단어가 주제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2)첫 문단은 화제 제시나 개념 정의다

수능 비문학 지문은 설명적인 요소와 논증적인 요소가 함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첫 문단은 제시한 화제어의 의미 설명이나 특성 제시가 많다. 이는 해당 용어를 모르는 수험생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를 알고 지문 독해에 임하면 시간을 절약하기에 좋다. 다음의 예를 보자.

<참고> 2009학년도 6월 모의평가 43∼45번 지문

정부는 조세를 부과해 재정 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조세 정책의 원칙 중 하나가 공평 과세, 즉 조세 부담의 공평한 분배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의 조세를 부과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특정 조세에 대한 납부자를 결정하게 되면 조세법을 통해 납부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납부자의 조세 부담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흔히 발생하는데, 이를 조세전가(租稅轉嫁)라고 한다.

이 글은 납부자의 조세 부담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조세전가’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첫 문단에서 제시한 ‘조세전가’에 대한 풀이를 보면서 수험생은 문제에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학술적 용어가 등장하는 ‘사회, 과학, 기술, 예술’ 등의 지문에서는 이런 식으로 첫 문단에 용어풀이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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