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는 “저항권” 경찰대응은 “과잉진압”…앞뒤안맞아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8분


29일 01시 28분… 물대포 진압29일 오전 1시 28분경 서울 종로에서 경찰이 비옷을 입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경찰은 28, 29일 양일간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찍부터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를 불법 점거한 시위대의 해산을 시도하는 등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
29일 01시 28분… 물대포 진압
29일 오전 1시 28분경 서울 종로에서 경찰이 비옷을 입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경찰은 28, 29일 양일간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찍부터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를 불법 점거한 시위대의 해산을 시도하는 등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불법시위-과잉대응 논란

1987년 6월 민주항쟁 산물로 개정된 現집시법

“누구든 일몰후 옥외집회나 시위 안된다” 명시

시위대 “현행 집시법은 위헌” 주장은 자기모순

일부 언론-단체 ‘불법’ 알면서도 폭력 눈감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불법 폭력시위가 28일 밤에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쏟아지는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해산하지 않고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가로막으면 일부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쇠꼬챙이, 망치를 휘두르며 맞섰다.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경찰과 시위대가 격돌해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와 일부 단체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국민 저항권이 우선”이라며 시위대의 과격한 폭력 행위까지 두둔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공권력 행사를 거꾸로 ‘과잉진압’으로 몰아붙인다. 앞뒤가 뒤바뀐 본말전도(本末顚倒) 현상이 2008년 6월 서울 도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법조인은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집단적 폭력을 되풀이하는 일부 시위대는 물론이고 이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과 단체들도 문제가 있다”며 “폭력시위가 계속되면 결국 애초의 목적이 어떠했든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적법이냐 불법이냐는 뒷전에 밀려 있다”=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법률적으로는 해가 진 뒤 벌어지고 있는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는 출발부터 불법인 것이다.

쇠고기 수입 반대 이전에 대규모로 진행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검찰은 집회 주도자인 일부 단체 간부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불법 집회지만 처벌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여론이 높았지만 검찰은 시위 주동자 6명을 벌금 100만∼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효순·미선 양 추모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여중생 범대위 김모(46) 집행위원장도 2005년 2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도로를 무단 점거하며 불법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당초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촛불문화제 행사로 출발했던 시위의 성격도 정권 퇴진 등 정치성을 띤 것으로 변질됐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주도자 8명에 대해 집시법상의 미신고 야간집회와 도로무단점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불법 미신고 야간집회이고 지난달 24일 이후 도로를 무단 점거해 영장 내용에 이 같은 사실을 모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현행 집시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시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출범한 여소야대 국회가 1989년 집회 권리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것이다.

중견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물건을 평화적으로 훔쳤더라도 죄가 되는 것처럼 평화적이라고 해서 불법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법의 범위 내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적법이냐, 불법이냐’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고 ‘평화냐, 폭력이냐’만 논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현재 상황 ‘문화제’로 보기 어려워”=검찰 등에 따르면 미신고 야간 집회뿐만 아니라 시위를 주도하는 대책회의 측도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

주요 도로점거로 인한 일반교통방해,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관을 폭행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 경찰 버스 파괴에 따른 공용물건손상, 특정 언론사의 기물을 파손하면 재물손괴 및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런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경찰은 그동안 집회 주최 측과의 충돌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시위대의 세종로 밤거리 불법점거와 언론사 기물 손괴, 기자 폭행에 공권력이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재경 지검의 중견 간부는 “일반 시민이 많이 참석해 정치적인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었던 데다 시위꾼과 이들이 섞여 있어 강제 해산이나 진압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구호가 난무하고, 정권 퇴진을 외치며 쇠파이프를 드는 현재 상황은 집회 구성원도, 집회 성격도 더는 ‘문화제’로 판단하기 어렵게 변질됐다는 것.

또 다른 재경 지검의 중견 간부는 “미국 같은 경우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면 가차 없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마비시키고, 붕괴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세워진 정부에선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정권 퇴진 운동을 해야지 과거 독재정부 방식대로 하면 안 된다. 집회 시위는 의사 표현의 수단이지 의사 표현을 관철시키는 물리적인 도구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영상편집: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화보]‘촛불’ 주도 ‘국민대책회의’ 전격 압수수색

[화보]경찰, ‘촛불시위 원천봉쇄 작전’돌입

[화보]주말, 대규모 촛불집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