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女 보도된지 나흘 지나도록 사실여부 확인 안돼
50대男 의사 “손톱밑 살점 떨어져” 경찰 “경위조사중”
26일 새벽 촛불시위 도중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2명의 손가락이 잘렸다고 한 일부 보도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KBS ‘미디어 포커스’는 28일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시위 도중 손가락이 잘려나간 시민이나,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얻어맞은 여성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며 “시위하다 다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한 건 한겨레와 경향 등 일부 신문과 방송뿐이었다”고 전했다.
경향닷컴은 26일 오전 3시 40분 ‘물대포에 멈출 수 없다, 시청 앞서 밤샘시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벽으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을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모는 진압 도중 2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20대 여성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50대 남성은 국립의료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시민들은 대치 중인 경찰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7일자 10면에 “한 50대 남성은 손가락 끝부분이 절단됐다”고 보도했고 28일자 8면 ‘과격 시위 왜…不通(불통)정부 강경진압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민의 손가락 절단과 같이 성난 시위대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속출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27일자 1면 ‘고시 후폭풍, 정부-촛불 충돌 확산’ 기사에서 “경찰이 물대포 등을 앞세워 진압하는 과정에서의 충돌로 조 아무개 씨가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26일 “조모 씨가 손가락이 잘렸다”고 보도한 데 이어 27일에도 “머리가 찢어지고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부상자도 속출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그러나 손가락이 잘렸다는 20대 여성의 경우 아직 보도의 진위가 나흘이 지나도록 확인되지 않고 있다.
26일 새벽 인터넷에는 “20대 여성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손가락이 잘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져 시위하던 시민들이 잘린 손가락을 찾아 병원으로 향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서울대병원 측은 “그런 소문이 퍼져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으나 지금까지 그런 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도 “아직까지 피해를 봤다는 여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조 씨 사건이 또 다른 형태로 잘못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경우도 사건경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손가락이 잘렸다는 일부 보도의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쓰러지면서 걔(경찰)가 혹시 발로 밟을까 봐 얼굴을 손으로 밀친 것 아닙니까. 그 사이에 이게(손가락이) 잘려 나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전경에게 물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씨를 치료한 국립의료원의 담당 의사는 “왼손 세 번째 손가락 손톱 밑의 살점이 1.2cm가량 떨어져 나갔으며, 뼈나 인대는 괜찮다”고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조 씨가 장갑을 낀 상태에서 손가락을 물렸다고 하는데 장갑은 멀쩡하고 손가락만 손상을 입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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