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서1동에 사는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들이 2000년 8월부터 추진한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이 8년 만에 100번째 결실을 거두었다.
21명의 봉사자로 이뤄진 ‘러브하우스 수리팀’은 비만 오면 방에 물이 새는 임모(80) 할머니의 39m² 집 앞에 26, 27일 모였다.
각자의 손에는 시멘트와 타일, 못과 망치, 도배지와 풀 등이 있었다.
몇 십 년째 그대로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을 비롯해 곰팡이가 폈던 벽지와 방 구석구석이 깨끗하게 바뀌었고, 대문도 알루미늄으로 새로 달았다.
부엌과 방 개조, 물탱크 장판 전등 등의 교체까지 이틀 만에 임 할머니의 집은 100번째 러브하우스로 재탄생됐다.
집수리 재료비는 350만 원.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형편으로 혼자 사는 임 할머니는 “이렇게 고마울 수가…”라며 초록색 옷을 입은 회원들에게 음료수 대신 물 한 잔씩을 돌렸다.
서1동의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은 같은 동네에서 보일러와 목수, 페인트, 건축, 방앗간, 쌀집, 간판광고, 개인택시 등을 하면서 정이 든 새마을회원 21명이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한번 해 보자고 뜻을 모으며 시작됐다.
혼자 사는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희망’을 심어주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곳은 1968년 부산시 정책이주지역으로 형성된 마을이라 낡은 집이 많았고, 회원 대부분이 집에 관한 한 전문가여서 재료비만으로 인력 봉사를 하면 된다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서1동은 전체 주민(1만720명)의 11.6%인 1200여 명이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부산에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지역.
“한 달에 1채씩 손을 보자”고 한 말이 여태껏 이어지고 있다는 한 회원의 말처럼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1년 치 작업이 밀려 있다.
집수리에 필요한 비용은 회원들이 월 1만 원씩 내는 회비와 평소에 재활용품을 수집해 판 돈, 형편이 괜찮은 이웃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일부 재료는 건축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회원들이 직접 공급한다.
이태식(53·개인택시 운전사) 회장은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이 많지만 일일이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며 “모든 회원이 힘닿는 데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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