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 이번엔 ‘유모차 아빠’ 논란

  • 입력 2008년 6월 30일 20시 18분


시위 현장에 있던 유모차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놓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뜨겁다.

28일 인터넷 매체인 '노컷뉴스'는 경찰이 뿌린 소화 가스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젊은 아버지가 유모차를 손에 쥔 채 전경을 만류하는 사진을 내보냈다.

사진에는 "28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중략) 경찰이 아이가 탄 유모차를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보도가 나가자 해당 기사가 담긴 포털사이트 네이버 화면에는 30일 오후까지 440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극에 달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ID '새댁'은 "아기에 소화기 난사하는 경찰은 살인미수다. 시위대의 (폭력적) 반응은 경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D '콩나무'는 "유모차에 소화기 뿌린 전경들도 나중에 아빠가 될 텐데.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에서 보이는 소화기의 발사방향이 유모차가 아닌 옆에 있던 성인들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네이버에 올린 글에서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유모차가 그 곳에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사진에 나온 아빠가 자신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머셋팰리스 근처에 있던 전경들이 우리 식구가 있던 인도로 넘어오면서 이미 소화기를 분사했다"며 "전경이 유모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관의 중단명령이 나올 때까지 계속 소화 분말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경 아내와 생후 10개월 된 딸 등 네 식구가 집에 가기 위해 흥국생명에 주차된 자가용을 타려고 경복궁 인근 인도를 걷고 있었다.

이때 서머셋 빌딩 골목에 있던 전경들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갑자기 소화기를 뿌리면서 차도를 건너 인도로 뛰어왔다.

그는 "다가오던 전경들에게 '여기 아이가 있다'고 소리치자 지휘관이 소화기 사용을 중지시켰다"며 "시위에 적극 참여하거나 아이를 방패막이로 내세울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지 식구들과 외출을 나왔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시위현장을 관할한 종로서 관계자는 "당시 유모차에 직접 소화 분말을 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과잉진압의 근거로 보는 것은 최근 여중생 사망과 손가락 절단처럼 경찰을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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