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행했던 남자 2명 추적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강화 실종모녀 1억 인출 2주만에 숨진채 발견

은행직원 “20, 30대 2명이 윤씨를 이모라 불러”

경찰, 납치 가능성 알고도 뒤늦게 수사 착수

지난달 17일 인천 강화군 은행에서 1억 원을 인출한 뒤 실종된 윤복희(47·여) 씨와 윤 씨의 딸 김선영(16) 양이 실종 1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1일 오전 10시 50분경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해안 1제방 도로 주변 갈대밭에서 윤 씨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 씨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실종 직후 윤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 강화군 송해면에서 9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평소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는 외진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 모녀는 실종될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목이 졸리거나 흉기에 찔린 외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윤 씨는 반듯이 누운 상태로, 김 양은 윤 씨의 시신에서 10m 떨어진 곳에 엎어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윤 씨 모녀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돼 있었으며 윤 씨의 운동화는 시신에서 5m 정도 떨어져 있었다.

▽20, 30대 남자 2명 추적=경찰은 윤 씨가 실종되기 직전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 윤 씨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 30대 남자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윤 씨가 돈을 인출한 은행의 직원들은 “현금을 윤 씨의 승용차 조수석에 실으려는데 승용차 밖에 서 있던 남자가 윤 씨가 보는 앞에서 우리를 보고 ‘우리 이모님 도와주기 위해 오셨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윤 씨 모녀가 실종되기 한 달 전 정장 차림의 20대 남자 2명과 함께 윤 씨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봤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에 따라 이들이 은행에서 목격된 남자들과 동일 인물인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은행에서 목격된 남자들이 실종 당일 윤 씨와 통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윤 씨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또 윤 씨가 실종되기 2개월 전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받은 보험금 1억 원과 남편이 생전에 인삼을 재배해 번 4억 원 등 모두 5억 원가량을 예금해 놓은 것을 범인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윤 씨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윤 씨 모녀가 실종된 후 윤 씨의 승용차가 발견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모 빌라 주차장과 윤 씨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창후리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목격자를 찾고 있다.

경찰은 창후리 일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행에 이용된 차량도 확인하고 있다.

▽딸까지 살해한 이유는=범인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윤 씨만 납치해도 되는데 굳이 윤 씨의 딸까지 불러 살해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윤 씨는 지난달 17일 은행에서 현금을 찾기 전 딸이 다니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딸을 조퇴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김 양의 담임교사(41)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 사망과 관련해 보험처리 문제로 딸이 있어야 한다”며 조퇴를 요청했다.

이후 윤 씨가 돈을 인출한 지 1시간이 지난 뒤 윤 씨 모녀의 휴대전화는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와 강화군 하점면 삼거리 부근에서 각각 끊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김 양을 조퇴시킨 뒤 함께 살해한 것으로 미루어 범인들이 윤 씨 모녀를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범인들이 윤 씨의 계좌에 있는 5억 원 중 1억 원만 인출한 뒤 윤 씨 모녀를 살해한 것도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거액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인출하면 돈을 옮기는 데 불편하고 은행 직원의 오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에 나눠 찾으려고 했으나 윤 씨가 말을 듣지 않아 살해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현금 1억 원을 인출한 윤 씨가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신고 접수 1시간여 만에 알고도 6시간이 지나서야 수사에 나서는 등 초동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화=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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