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이름-연락처 올려 불매운동 주장은 위법”

  • 입력 2008년 7월 2일 03시 49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인터넷 포털에 게시된 ‘광고주 협박’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다. 김경제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인터넷 포털에 게시된 ‘광고주 협박’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다. 김경제 기자
광고 무관한 일반적 불만 글은 ‘해당없음’ 결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광고주 협박’ 게시글 중 특정 기업의 이름과 연락처만 올린 글에 대해서도 삭제 결정을 내려 ‘광고주 협박을 통한 광고 중단 운동’ 자체가 위법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광고주의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을 게재하거나 구체적인 광고주 협박의 방법을 소개하고 광고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올리며 인신공격하는 글 등 모두 58건에 삭제 결정을 내렸다.

광고주 협박에 대한 내용 없이 언론사에 단순하게 불만을 표출하거나 신문의 불매운동 등을 제기한 19건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 삭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하 결정을 내린 3건은 게시한 적은 있지만 현재 유통되지 않아 심의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날 방통심의위가 삭제를 의결한 글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정 기업명과 연락처, 홈페이지나 직원 이름과 전화번호가 나와 있고 행동지침을 덧붙인 것 △특정 언론에 광고를 하는 기업을 거론하면서 기업 상품이나 서비스의 불매운동을 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 △광고기업명과 연락처만 기재한 글 등이다.

방통심의위는 또 특정 기업 언급 여부를 삭제 판단의 한 기준으로 삼았다. 방통심의위 한 관계자는 “광고주 협박을 통한 광고 중단이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해 시장 경제와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고 본 것”이라며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라도 특정 기업을 명시하지 않고 부동산 건설업 등 업종에 대한 공략 방법을 제시한 글 3건과 광고주들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 형식으로 올린 글을 옮겨놓은 글 1건은 삭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로부터 삭제 판정을 받은 게시글들은 광고주를 협박하는 방법과 이를 독려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 많다.

지난달 하순 다음의 한 카페에 올린 글은 동아일보 1면부터 끝면까지 광고의 크기, 광고주 명의, 광고 내용, 광고주의 홈페이지와 전화번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손쉽게 광고주를 압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광고주에 대한 정보를 실은 뒤 “28면 발행했네요. 많이 수그러들었는지 여행사 광고가 다시 줄었고, ×××(통신업체 브랜드) 쓰시는 분들, 오늘 전면광고를 냈어요. 빨리 전화하세요. 그리고 ××제약이 ×××(약 이름) 광고를 하네요. ×××(광고에 나온 모델)도 싫어지려고 하네요”라며 광고주 압박을 촉구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한 라면 식품회사가 ‘특정 신문사에 계속 광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고 전하면서 “악질 중의 악질. 죽 불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 기업과 제과회사와 제약회사 등 특정 신문사에 계속 광고하는 3개 회사를 묶어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제약과 ○○관광은 죽을 때까지 맹공…’ ‘○○투어는 사과 공시를 낸다 해도 집중 공격’ 등 광고하는 기업 자체에 대한 위협적 언사도 적지 않았고 “병원 가실 때 의사 선생님에게 ○○제약사의 약은 처방약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직접 말하는 게 효과 크답니다”라며 해당 상품의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비난도 많았다.

이들은 광고주 압박을 ‘숙제’라고 표현하며 다른 이들에게 독려하면서 자신이 한 숙제를 직접 올려놓고 과시하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몰)은 지난주 초 연락을 했는데 지금 의견 수렴 중이라고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오늘 다시 연락을 했는데 아직도 기다려 달라고 하네요. 제 생각엔 압박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광고를) 철회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네요. 이곳도 잊지 말고 연락해 달라”며 숙제를 하도록 재촉하는 글도 여러 건 올라왔다.

토요일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제약에 전화해 “아직도 특정 신문들에 광고하세요”라고 물었다는 글도 있었다.

광고주 협박전화 등을 받는 기업의 홍보 관련 담당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위협을 제시한 글도 많았다.

한 글에서는 “한 홍보팀 직원이 ‘(특정 신문에) 광고를 끊은 뒤 매출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해 어이가 없었다”고 밝히자 “이 회사 직원은 경상도와 특정 학교 출신이 많다고 자랑합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있고요. 확실하게 패줘야 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대기업에 전화걸 때의 지침’이란 글에선 “전화를 걸면 무조건 상담원 이름부터 묻습니다. 이들은 고객친절 봉사로 먹고사는데 이름을 물으면 일단 기가 죽고 들어옵니다. 기를 죽이고 학을 떼게 만들어야 그러한 창구의 의견이 약간이라도 위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이름을 묻고 녹음하고 있다고 말하십시오. 아마 상담원은 땀깨나 흘리면서 전화 받아야 할 겁니다”라는 행동 요령을 제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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