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현대車가 또 파업 선봉이야?”

  • 입력 2008년 7월 3일 03시 00분


장대비가 내린 2일 오후 3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금속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생산라인이 일제히 멈췄다.

요란한 기계음이 뚝 그친 대신 현대차 지부 사무실과 사업부별로 조합원의 집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틀어놓은 노동가가 공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현대차의 생산라인이 파업으로 정규 조업시간에 멈추기는 지난해 6월에 이어 1년 만이다.

이번 파업은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1월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로 출범한 이후 처음 열린 중앙교섭이 사측의 불참으로 진전이 없고 민주노총의 ‘쇠고기 파업’에 동참하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렀다.

“우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임금 및 단체협상)가 아닌데 왜 파업에 앞장서야 하느냐. 현대차가 앞장설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조합원들 사이에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 지부는 지난달 26, 27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며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2시간 동안의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지부는 이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울산본부가 주최하는 울산역 집회에 참석하도록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쟁의대책위 출범식’을 열기로 했으나 비가 많이 내리자 사업부별 실내 집회로 대체했다.

오후 3시 45분경 승용1공장 사업부 집회에 참석한 윤해모 지부장은 현대차 지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검찰과 노동부,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나를 포함한 집행부에 대해 검경이 체포에 나설 경우 현대차 지부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끝난 뒤 일어서던 일부 조합원은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가 ‘현대차만 앞장서는 파업은 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현대가 또 선봉에 섰다”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조합원은 노조 간부가 집회 참석을 권유하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던지고는 곧바로 퇴근하기도 했다.

오후 4시 반경 주간조 조합원 1만6000여 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울산공장 500여만 m²(150여만 평)는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때문에 썰렁하게 보였다.

적막한 공장은 저(低)성장 고(高)물가에 흔들거리고 세계시장에서 험한 길을 걷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현대차의 앞날 역시 어두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스쳤다.―울산에서

정재락 사회부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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