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게시물 삭제 어려움 없는데 포털이 소극적 조치”

  • 입력 2008년 7월 3일 03시 00분


■ 법원, 악성댓글 배상 판결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포털사이트에 올라 악의적 댓글이 아주 많이 달려 피해 확산이 예상된다면 피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포털 측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는 2일 법원의 판단은 다시 한 번 포털 측에 게시물 관리 책임을 엄중히 물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법원은 NHN 측은 1000만 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700만 원, SK커뮤니케이션즈는 800만 원, 야후코리아는 500만 원을 A 씨에게 각각 물어주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의 요지는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는 것을 포털 측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항상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해당 게시물과 관련해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이라면 굳이 피해자 측의 요청이 없어도 포털 측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높은 게시물로 인해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황들로 해당 게시물에 대한 △높은 조회수 △많은 댓글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관련 언론 보도 등을 들었다.

법원은 또 판결을 통해 포털 측은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얼마든지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할 수 있으며 그럴 권한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포털 측이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 기술적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고 누리꾼들과 체결한 약관에 따라 그럴 권한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 측은 피해자와 관련된 게시물을 전면적으로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삭제 또는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포털 측도 언론매체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존 판결을 재확인했다. 포털 측이 언론사로부터 공급받은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을 특정 위치에 적극적으로 배치해 누리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면 이는 유사편집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포털은 단순히 기사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편집과 배포 기능을 갖춘 일종의 언론매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최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광고주 협박 글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이번 판결이 검찰의 판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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