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압수품 가운데 ‘한국진보연대 광우병 투쟁지침 2, 3, 4호’ 3건과 ‘48시간 공동행동 제안’ 2건 등 5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경찰은 “공개한 문건에 구체적인 촛불집회 계획과 상황별 행동지침이 제시돼 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초기인 5월 13일에 발행된 투쟁지침 2호에는 ‘17일과 24일 주말 촛불을 총력집중 촛불로 조직해 주십시오’ ‘인터넷에서 준비되고 있는 흐름과 결합된 활동을 조직해 주십시오’ 등의 지침이 적혀 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발표를 앞둔 5월 22일자 투쟁지침 3호에는 ‘정부고시 강행 즉시 당일 저녁 대중적 촛불을 조직해 달라’고 쓰여 있다.
또 ‘고시 즉시 배출될 미국 쇠고기 창고 봉쇄 및 저지 투쟁은 경기, 부산 등 해당 지역에서 진행됩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미국을 규탄하는 행동을 조직해 주십시오’ 등 구체적 계획도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문건에 나온 대로 촛불집회는 주말을 기점으로 대규모로 진행됐고 고시 발표 등 정부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또 다른 문건인 ‘48시간(6월 20∼22일) 비상 국민행동을 위한 행동제안’에는 ‘촛불비옷 제작’ ‘명박산성보다 더 높은 국민토성 쌓기 운동’ ‘21일 참가자 행진방향 안내’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국민토성 쌓기 기획안은 모래주머니 20만 개를 확보해야 한다는 등 준비물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단체의 불법집회 주도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들 단체의 지도부를 모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까지 경찰은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 등 3명을 구속했고,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등 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황순원 국장의 집에서 ‘공화국은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등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책이 나왔다”며 “이들 단체의 핵심 관계자 상당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대책회의는 “질 낮은 배후설을 다시 한번 제기하는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의 능동성과 열의를 폄훼하는 모욕적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대책회의는 “경찰이 공개한 ‘48시간 공동행동 제안’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내용이고 ‘투쟁지침’ 역시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연대도 “촛불시위 수사를 빌미로 한 진보단체 압수수색은 색깔론에 근거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