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논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마련된 이날 발표회에는 100여 명의 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석해 교육 현장에서 유효성이 입증된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경청했다.》
본보 학교논술교육 우수사례 발표회
발표자들은 “논술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는 학원이 아닌 교실”이라며 “모든 수업에 읽고 쓰고 말하는 논술적인 운영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된 6건의 성공사례를 요약·소개한다.
①교과서 속에 길이 있다=경남 장유고는 교과서를 활용해 통합교과형 논술자료를 자체 개발했다.
이 학교 황성규 교사는 “대학은 인간 존엄성에 관한 문제, 보편적인 인류애와 관련한 문제, 선악의 문제,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류 문명의 전망에 대한 문제를 논술에 출제했다”면서 “교과서가 논술교육의 가장 확실한 지침서란 증거”라고 말했다.
장유고는 △교과서 단원 제목을 논제로 활용하고 △사회과목 교과서의 탐구과제, 활동평가, 수행평가, 생각하기 내용을 서술형이나 논술형 문제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도표나 그래프, 시, 그림, 사진 같은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자료를 해석해 서술형으로 풀어내면서 모든 수업시간을 통해 논술적 사고를 지향하고 있다.
②전교생 전 교사가 논술을=전남 순천제일고는 학교논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2개의 뚜렷한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모든 교사가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든 학생이 논술 수업을 받는다’는 것.
이런 원칙에 따라 순천제일고에는 최근 ‘전교생이 논술문을 쓰고 전 교사가 첨삭지도를 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이 학교는 격주로 대입 논술 관련 소식과 시사 해설, 생각해 볼 만한 논제 등을 담은 논술 소식지를 발행하는데, 소식지 한 귀퉁이에 특정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서술란’을 만들었다. 모든 학생이 글을 써내면, 제출된 글들을 나누어 맡은 전 교사는 △논제에 부합하는 글인지 △논증적인 글인지를 중점적으로 보면서 한 줄짜리 첨삭지도를 해준다.
이 학교 임명희 교사는 “자신이 쓴 글이 교사들로부터 직접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학생들이 의외로 대단한 열의를 보인다”고 말했다.
③공교육을 통한 영재논술교육=강원 춘천고 신명섭 교사는 영재논술학교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강원도교육과학연구원 부설 강원영재논술학교는 도내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고교생 등 142명을 대상(연간 50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재논술학교의 장점으로는 △강원도교육과학연구원의 예산 지원으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 △초중고반에 각각 5명의 교사가 강의하므로 강의가 다양하고 품질이 높다는 점 △단위 학교와 달리 지도교사들이 통합교과형 논술팀을 구성해 논술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④단계적 논술프로그램=서울 불암고는 논리학습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통합논술 프로그램은 토요 휴업일마다 160분간 진행된다.
불암고의 논술 프로그램은 논리훈련을 핵심으로 해 총 5단계의 심화교육 과정을 거친다. △논술 기출문제에 나온 도서를 바탕으로 읽기자료를 준비하는 ‘사전준비 단계’ △읽기자료와 신문기사에 대한 요약훈련을 하는 ‘전략적 읽기’(1단계) △읽기자료에 나온 제시문의 논리 형식과 논리적 오류를 따져보는 ‘논리학습’(2단계) △다양한 쟁점을 두고 논쟁하는 ‘논리활용 토론·토의’(3단계) △논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담은 글을 써보는 ‘기초논술쓰기’(4단계) △대학 기출문제를 두고 직접 논술문을 써보고 교사의 첨삭지도를 받는 ‘실전논술 쓰기 및 첨삭지도’(5단계)가 그것.
이 학교 김근회 교사는 “단계적 논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합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확장하고 통합교과적 사고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⑤논술교사동아리 중심의 팀 티칭=대전 호수돈여고는 교과별로 논술담당교사들을 정한 뒤 이들 교사가 협의를 통해 논술을 통합교과적으로 지도하는 ‘팀 티칭(Team Teaching)’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호수돈여고는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영어, 지리과목 교사가 모여 논술지도협의회를 만든 뒤 수업 진행 단계뿐 아니라 수업 내용과 절차, 방법에 이르기까지 협의를 통해 논술을 지도한다. △교사 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논술수업의 내용과 주제, 수업 방향을 협의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학생들의 배경지식을 넓혀줄 자료를 교사들이 분담하여 수업용 원고를 만들며(원고 분담 순서에 따라 교사들이 릴레이식으로 강의한다) △수업 전 모의수업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매끄러운 수업이 되도록 팀워크를 다지는 것.
이 학교 박창연 교사는 “논술이 더 이상 국어교사만의 몫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교사들이 갖게 되면서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⑥독서와 글쓰기를 넘어 책 쓰기 교육으로=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독서’에서 ‘글쓰기’로, 다시 ‘글쓰기’에서 ‘책 쓰기’로 독서·글쓰기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관내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진행해온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일 아침 교사와 학생이 10분간 독서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독서에 익숙해진 학생들을, 직접 책을 쓰는 ‘이야기의 생산자’로 길러내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한 장학관은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청 전 직원이 같은 책을, 같은 시간에 읽은 뒤, 저자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3S 운동(Same Book-Same People-Same Mind Movement)’을 3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
대구=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제2회 학교논술교육 우수사례 발표회’의 현장 동영상과 관련 자료집은 이지논술 홈페이지(www.easynonsul.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