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천재와 광기’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70년 동안 41만4000여 개의 어휘와 182만7000여 개의 인용문이 담긴 옥스퍼드 영어사전(전 12권)을 만든 천재가 있다. 바로 광인(狂人) 윌리엄 C 마이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도 저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천재하면 광기(狂氣)가 떠오른다. 19세기 정신과 의사들은 ‘천재와 광기’, ‘광기에 가까운 천재’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광기는 정상이 아닌 정신상태를 가리킨다. 천재들의 광기는 창의성으로 이어져 작품 창작에 열의로 작용하고, 창조적 흥분은 광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음 글을 논술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가) 모든 전기들은 사회 질서에 반항하고,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창조의 유배지로 향한 위대한 창조자들과 예외적 존재들이 지닌 독립성을 상기하고 있다. 롬브로소는 풍자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천재적 인간과 광인에 대해, 그들은 고독하고 춥고, 가족의 애정과 사회의 관습에 무심하게 태어나서 또 그렇게 죽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예외적 존재들이 지닌 한결같은 두 가지 요소, 즉 창조적 행위가 필요로 하는 독립성과 세계로부터 물러남을 부각시킨다. 그는 동시에 동시대인과의 단절을 반영하는 주변성과 불복종도 그러낸다. (73쪽)

(나) 렐리는 소크라테스의 독창성에 관한 놀라운 묘사를 하고 있다. “항상 사계절 동안 같은 옷을 입고, 맨발로 얼음 위를 걷고 태양빛으로 뜨거워진 땅 위를 걸으며, 흔히 혼자서 이유 없이 그리고 이따금씩 변덕스럽게 춤을 추고 깡충거리는 이 소크라테스는 분명 특이한 사람이 아니었겠는가. 그는 머리를 움직이는 특이한 버릇을 지녔고, 적어도 통속적인 사람에게는 매우 이상한 종류의 삶을 살며 괴벽으로 평판이 자자했기 때문에, 에피쿠로스파인 제논이 나중에 그의 별명을 아테네의 익살광대라고 붙였다.” (91쪽)

위 글은 천재들이 보이는 특성에 대한 이야기다. (가)는 그 특성 중 하나로 ‘불복종’을 들고 있다.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비사회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은둔처에서 고독한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천재들의 존재 수단인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하며 자신을 동시대인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나타낸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천재들이 광인으로 인식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예술가의 사례를 들어보시오’를 만들어보자.

천재들이 광인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비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천재들의 창조성은 사회의 기존 제도에 불복종하고 인위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천재는 자신의 작품과 직접 싸운다. 세계로부터의 은거는 필연적 조건으로 강요된다. 그 결과 천재(창조자)의 은거나 방황은 작품 탄생에 크게 기여한다. 모파상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1881년 자신만의 세계에 극단적으로 고립되어 작품을 쓴 뒤 자살한다. 이 때문에 그는 ‘절대적 고독 속에서 격렬하게 작업하는 천재’로 규정된다.

② ‘(나)의 천재들의 특이한 버릇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보자.

천재는 독창적 인물이며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내적 세계, 즉 꿈과 상상의 세계를 의식하며 자신의 기질에 감동한다. 바로 (나)의 소크라테스의 경우다. 대부분의 천재는 개인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유행하지 않는 독창성을 요구한다. 천재는 언제나 신비한 부분을 간직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천재들의 기이한 버릇은 창조적 수법의 독창성으로 이해되며 사회를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천재는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많은 천재들(창조자들)은 광기로 인한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고통을 겪었으며 이를 스스로 치유하려 했다. 그러나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천재의 창조성이야말로 조광증,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 질병, 광기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신적 질병의 징후가 치료로 사라질 때 천재의 광기인 창조성도 소멸될 수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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