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비문학(3)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지문 분석,글이 쓰인 순서와 반대로 짚어나가자

《비문학은 문제풀이에 앞서 독해능력이 우선이다. 그리고 독해능력에는 어휘능력이 우선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문법’에서의 문장구조 이해도 비문학 독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안은 문장’이나 ‘이어진 문장’의 경우 의미 파악도 쉽지 않다.》

사실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은 그 안에 숨겨진 ‘공통 원리 몇 가지’를 발견해 문제와 지문에 끊임없이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지문을 분석적으로 꼼꼼히 읽어야 한다. 지문을 분석적으로 읽으려면 글 쓸 때와 반대 순서로 이해하면 쉽다. 집필자와의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나 할까? 글을 쓸 때의 ‘주제 설정→개요 작성→집필’이라는 순서를 ‘독해(집필)→문단별 개요 이해(개요 작성)→주제 파악(주제의 설정)’의 순서로 바꿔 보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이 하나라고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독해의 기본 원리인 SQ3R를 살펴보자. 비문학 분야에서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제시된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가리는 문제에서 훑어보기(Survey), 질문하기(Question)가 가능하고, 자세히 읽기(Read)와 되새기기(Recite)는 문제를 풀기 위해 기본적으로 거쳐야 한다.

▒ 비문학 독해의 기본원리

(1)반복되는 추상적 단어에 주목하라.→지난 회

(2)첫 문단은 화제를 제시하거나 개념을 정의한다.→지난 회

(3)앞 문단의 요지가 뒤 문단의 첫 문장에 있거나, 뒤 문단의 요지가 앞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있다.

앞에서 우리는 수능시험 지문은 어느 책에서 발췌하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가 직접 작성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여러 사람이 윤독을 하면서 다듬어 하나의 완결된 글로 만든다. 따라서 수능 비문학 제시문은 구조적, 내용적으로 거의 완벽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집필자는 언제나 자기가 한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미리 예고하려는 습성을 가진다. 다음 예문을 보자.

〈예문〉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4∼46번 지문

시장 이자율은 저축과 대출을 통한 자본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값이다.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원금을 시장 이자율에 의해 미래에 더 큰 금액으로 불릴 수 있고,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시장 이자율만큼 대출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이때의 시장 이자율은 미래의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의 할인율로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회적 할인율로 간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편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공공사업에 투입될 자본이 민간 부문에서 이용될 수도 있으므로, 공공사업에 대해서도 민간 부문에서만큼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공공 부문의 수익률이 민간 부문만큼 높다면, 민간 투자가 가능한 부문에 굳이 정부가 투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이, 비교적 단기적으로 실현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반면에 사회적 할인율이 적용되는 공공사업은 일반적으로 그 이익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사업은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반영한다. 만일 사회적 할인율이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처럼 높게 적용된다면, 미래 세대의 이익이 저평가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할인율은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도 앞 문단의 요지가 뒤 문단의 첫 문장에 나타나 있다. 앞 문단의 요지를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으로 간단히 요약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단의 요지가 잘 안 잡힐 때에는 뒤 문단을 미리 읽어보고 참조하면 큰 도움이 된다.

다음 예는 뒤 문단의 내용이 앞 문단을 예고하는 경우다. 중요한 개념어에 대한 설명이 해당 문단에 없다면, 다음 문단에서 설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 지문은 제3자 효과 이론의 효과와 그 의의를 설명하는 글인데 1문단의 마지막에서 화제를 제시하고, 다음 문단에서 화제어를 설명하고 있다.

〈예문〉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0∼23번 지문

(가)제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의 한 전투에서 일본군은 미군 흑인 병사들에게 자신들은 유색인과 전쟁할 의도가 없으니 투항하라고 선전하였다. 이 선전물을 본 백인 장교들은 그것이 흑인 병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급하게 부대를 철수시켰다. 사회학자인 데이비슨은 이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대중 매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제3자 효과(third-person effect)’ 이론을 발표하였다.

(나)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이 대중 매체의 영향력을 차별적으로 인식한다는 데에 있다. 곧 사람들은 수용자의 의견과 행동에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 때 어떤 후보에게 탈세 의혹이 있다는 신문 보도를 보았다고 하자. 그때 사람들은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 자신보다 다른 독자들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현상을 데이비슨은 ‘제3자 효과’라고 하였다.

(4)작은따옴표 (‘ ’)로 묶인 단어는 핵심어 또는 주제어일 확률이 높다.

작은따옴표는 인용문에 주로 사용하지만, 논설문에서는 문장의 일부를 강조할 때 사용된다. 그러므로 비문학 지문에서 작은 따옴표로 묶인 단어는 핵심어일 가능성이 높다.

〈예문〉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3∼36번 지문

지식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인 인식론은 흔히 지식의 유형을 나누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식의 유형은 ‘안다’ 는 말의 다양한 용례들이 보여 주는 의미 차이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예컨대 ‘그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와 ‘그는 이 사과가 둥글다는 것을 안다’ 에서 ‘안다’ 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전자의 ‘안다’는 능력의 소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절차적 지식’ 이라고 부르고, 후자의 ‘안다’는 정보의 소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표상적 지식’이라고 부른다.(중략)

표상적 지식은 다시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경험적 지식’과 ‘선험적 지식’으로 나누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경험적 지식이란 감각 경험에서 얻은 증거에 의존하는 지식으로, ‘그는 이 사과가 둥글다는 것을 안다’가 그 예이다. 물리적 사물들의 특정한 상태, 즉 사과의 둥근 상태가 감각 경험을 통해서 우리에게 입력되고, 인지 과정을 거쳐 하나의 표상적 지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는 감각 경험을 통해 직접 만나는 개별적인 대상들로부터 귀납추리를 통해 일반 법칙에 도달할 수 있다.따라서 자연 세계의 일반 법칙에 대한 지식도 경험적 지식이다.

이 지문은 인식론에서 다루는 지식의 유형을 설명하고 있는 글로, 지식을 크게 ‘절차적 지식’과 ‘표상적 지식’으로 나누고 ‘표상적 지식’을 다시 ‘경험적 지식’과 ‘선험적 지식’으로 나누고 있다. 여기서 작은따옴표로 묶인 단어들이 주제어이자 핵심어가 된다.

(5)첫 문장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마지막 문장에서 마무리한다.

수능 비문학은 마지막 문단만 잘 읽어도 한 문제쯤은 풀리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문장 못지않게 첫 문장도 중요하다. 유명 콘서트에서 비중 있는 가수가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등장하듯 중요한 내용은 처음과 끝에 나오는 것이다.

〈예문〉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4∼27번 지문

일찍이 경제학자 클라크는 산업을 자연으로부터 원료를 채취하거나 생산하는가, 그 원료를 가공하는가, 가공된 원료를 유통하는가에 따라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가령,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 정보 통신 산업은 어디에 속할까? 이처럼 기술이 진보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분류 기준이 필요해졌고, 실제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먼저, 국가에서 제정한 표준산업분류가 있다. 이 분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재화 또는 서비스의 특성이 얼마나 유사한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투입물이나 산출물의 물리적 구성 및 가공 단계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모두 고려하여 작성된 것으로, 이 기준으로 분류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집합을 동일한 산업으로 정의한다. 대분류, 중분류 등 모두 다섯 단계로 구성된 이 분류 방법은 주로 통계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 산업의 기술 수준을 판단할 정보는 포함하지 않는다.

기술 수준에 따른 분류 체계의 대표적인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은 연구 개발 투자가 많은 산업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본다. 기술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기업의 총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 투자액의 비율로 정의되는 ‘연구 개발 집약도’ 를 사용하며, 그 평균이 4% 이상이면 그 산업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분류한다. 이 방법은 첨단 기술 산업을 객관적으로 규정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산업의 평균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산업 전체로는 첨단 기술 산업이지만 그 안에 얼마든지 저급 기술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한편, 기술이 진보한 결과 새로운 기술 영역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등장한 기술 영역은 신속한 실용화의 요구 때문에 그대로 새로운 산업으로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보 기술에서 비롯된 정보 기술 산업은 이미 핵심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 환경 기술 등도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는 2∼4문단의 첫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이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각 문단의 요지를 차례로 보면 ‘새로운 산업 분류의 필요성’, ‘국가에서 제정한 표준산업분류의 특성 및 한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산업분류 기준의 특성 및 한계’, ‘새로운 기술 영역 출현에 따른 새로운 산업의 형성’ 등이다.

최근 수능에서는 일부러 어렵게 꼰 문제를 내지 않고 수험생에 충분한 근거와 자료를 주고 있다. 그러므로 지문에 제시된 근거를 잘 찾는 것이 문제 풀이의 관건이다. 근거 찾기의 기본적인 선결과제가 바로 문단별 주제 찾기이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은 문단별 주제 찾기에 유용하다.

(6)접속부사나 지시어(지시대명사, 지시관형사, 대명사+조사)에 주목하자.

개인적으로 지문을 독해할 때 ‘이처럼’이 나오면 제일 반갑다. 이 말이 나오면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한번에 요약해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것으로 ‘이와 같이’,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상에서’ 등이 있다. ‘그러나’ 같은 역접의 접속부사도 매력적이다. 이런 접속부사가 쓰이면, 그 앞부분보다 그 접속부사가 인도하는 문장이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역접으로 매우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의 경우는 해당 문장의 앞에 일반적인 진술이 오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일반적인 진술을 제시하고 뒤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드는 것이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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