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에서 고득점한 박한상(18) 군과 전예은(14) 양에게 한국학생들이 특히 취약한 독해와 영작 영역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법을 들어본다.》
지난해 세 번째로 치른 SAT에서 2370점(2400점 만점)을 얻어 올해 9월 미국 듀크대(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전공)에 입학 예정인 박 군은 어휘력의 한계를 피나는 노력으로 뛰어 넘었다.
그의 첫 SAT 점수는 2100점대였다.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지만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어휘력을 늘려야 독해와 영작 영역(각 800점 만점)에서 고득점할 수 있었다.
박 군은 공부하다가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적어 놓고, 뒷면에는 단어의 뜻과 단어가 사용된 문장을 함께 적었다. 문장의 맥락 속에서 단어의 쓰임새를 익히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든 단어장이 2년 만에 라면 상자 하나를 가득 채웠다.
짬이 날 때마다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박 군은 SAT를 몇 주 앞두고 책상 옆에 쓰레기통을 마련했다. 그는 ‘이 단어장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단어장을 최종 점검하고 한 장씩 버렸다. 박 군은 SAT 독해 영역에서 790점을 받았다.
자신이 개발한 이미지를 연결시켜 단어를 외우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SAT 공부를 막 시작하는 14세 때 모의고사 기준으로 2200∼2300점을 받은 전 양의 비법이다.
그는 예컨대 crestfallen(맥 빠진, 기운 없는)이란 단어가 나오면 미국에서 본 치약 상표인 crest와 ‘떨어지다’는 뜻을 가진 fallen을 합쳐 ‘치약이 떨어졌으니 맥 빠지겠네’하는 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단어의 의미와 연결시켰다. catastrophe(대재앙, 파국)이란 단어는 ‘고양이(cat)+엉덩이(ass)에+트로피(trophe)가 박혔으니 완전 대재앙이지’하는 식으로 외웠다.
전 양은 “모든 단어를 이렇게 외울 순 없지만, 이미지를 만들어 외운 단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며 “단어를 알파벳 순서대로 외울 때 느껴지는 단조로움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작문, 소설·잡지 읽으며 글감 개발
25분 안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세련된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영문 에세이는 독해와 더불어 한국 학생이 준비하느라 애를 먹는 대표적 영역이다. 한국 학생은 미국 학생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역사, 고전작품, 역사적 위인 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턱없이 부족해 글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SAT 고득점자들은 평소 영어 문장을 자주 접하면서 글감을 모으고, 하루에 한 편이라도 직접 써보는 것 외에 영작의 왕도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 양은 “영어소설이나 잡지, 역사책 등을 보다가 SAT 영작할 때 인용하면 좋겠다 싶은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따로 정리해 둔다”며 “이렇게 하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좋아하는 미국식 글쓰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군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같은 소설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을 글감으로 활용했다”며 “글감을 많이 쌓아 두면 시험시간에 소재 찾기에 들이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시간에 쫓기면서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도 적절히 활용하면 SAT 영작문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 독립혁명, 노예해방운동 등 역사적 사건이나 테레사 수녀,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등 위인을 검색하면 발생 연대, 경과, 인물의 생애, 사상, 업적 등을 영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글감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방학 기간에 전문학원에 등록해 거의 매일 한 편씩실제 시험시간에 맞춰 에세이를 작성해 선생님께 보여주고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대목은 고쳐 쓰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실전 적응력을 키웠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SAT 에세이 예시문항 (25분 내에 작성)▼
<제시문>
Many persons believe that to move up the ladder of success and achievement, they must forget the past, repress it, and relinquish it. But others have just the opposite view. They see old memories as a chance to reckon with the past and integrate past and present.
많은 사람들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면 과거를 잊고 억누르고 내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이들은 오래된 기억들이 과거와 현재를 통합시키고 과거를 직면하는 기회라고 본다.
<과제>
Assignment: Do memories hinder or help people in their effort to learn from the past and succeed in the present? Plan and write an essay in which you develop your point of view on this issue. Support your position with reasoning and examples taken from your reading, studies, experience, or observations.
(과거의) 기억은 사람들이 과거에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오늘날 성공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가, 아니면 도와주는가? 이 문제에 관한 당신의 관점을 발전시켜 에세이를 작성하시오. 독서, 학습, 경험, 관찰로부터 추론과 사례를 가져와 자신의 입장을 보강하시오.
자료제공:해커스어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