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땅만 날린 황혼연애

80대 노인이 사귀던 여성, 땅 넘겨받은뒤 안만나줘

A(82) 씨는 2003년 아파트 노인정에서 60대의 B(여)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B 씨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A 씨는 2006년 10월 자신 소유의 경기 남양주시 임야 중 일부인 1만 m²를 B 씨의 아들(35)에게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소유권 이전 가등기 이후 B 씨가 태도를 바꿔 만나주지 않자 A 씨는 지난해 3월 B 씨의 아들을 상대로 부동산 가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냈다.

A 씨는 법정에서 “평생을 반려자 또는 연인으로 지낼 것을 조건으로 부동산을 가등기해 줬는데 B 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가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이 원고승소 판결로 A 씨의 손을 들어주자 B 씨의 아들은 항소를 제기하면서 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민사4부(부장판사 김태병)는 8일 “A 씨가 땅을 주겠다는 취지로 써준 각서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각서를 써준 사실을 인정한 만큼 A 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고, B 씨 아들의 등기절차 이행 주장은 적합하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