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로 인간광우병(vCJD)에 걸릴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면 안 됩니다.”(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이제는 촛불시위 등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국민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의학 전문가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는 것이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9일 경제계와 의료계의 주요 인사들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을 겸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 지훈상 대한병원협회장,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 김건상 대한의학회장 등 19명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먹은 쇠고기는 검역 재개로 새로 수입된 미국산 생등심. 갓 구워진 고기를 맛본 참석자들은 “육질이 부드럽다” “한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맛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산 생등심 가격은 1인분(150g)에 1만1000원. 시내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우 생등심 1인분이 4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음식점 벽에는 일부 소비자의 우려를 감안한 듯 ‘우리 식당은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몇 곳에 붙어 있었다.
주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상당히 희박하다. 특히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가 인간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광우병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고 과장된 정보가 유포돼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상당히 안타깝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거나 공기를 통해서도 인간광우병이 옮겨진다는 것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유승흠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원장도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명 미만이면 의학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보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이 더 낮을 수 있는데도 촛불시위가 이어진 것은 반미, 반정부 감정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시위의 장기화, 과격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손 회장은 “최근 2개월 동안 촛불시위 등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심한 홍역을 앓으며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었고 국가적인 신인도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 사장은 “외국에 출장가면 현지인들이 ‘한국에 가도 괜찮은가’라고 물어오고, 최근 한미 양국 경제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미재계회의가 취소되는 등 촛불시위로 대외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제 국론을 분열시키는 논쟁을 끝내고 정부와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유가 급등 등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자고 호소했다.
성 원장은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소문을 확산시키는 인터넷에 기대지 말고 의학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경제 현장에 돌아가고, 정부 역시 쇠고기 검역과 유통을 철저히 검증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