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바꿔달라’ 전경, 법원서류도 늦게 전달받아

  • 입력 2008년 7월 10일 15시 13분


촛불집회를 계기로 전투경찰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육군 복무 전환을 신청한 전투경찰 이모(22) 상경이 재판 중인 다른 사건의 법원 서류를 선고일 이후에 전달 받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경은 입대 전인 2005년 서울의 모 중학교 교사가 자녀의 학교폭력문제를 상담해준다며 학부모들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을 제보 받고 인터넷 신문에 보도했다가 해당 교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후 1,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 상경은 최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경은 10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대법원의 소송서류가 6월 16일 발송됐으나 26일 당일까지 부대에서 주지 않아, 재판이 열리는 지조차 몰랐다”며 “서류를 받은 것은 2주가 지난 7월 9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석 의무가 없는 대법원이라 무죄판결을 받았지, 일반하급심이었다면 판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경은 또한 지난 8일 부대 내 선임병으로 부터 폭행을 당한 일과 관련해 “부대에서는 쌍방 과실로 몰고 가려고 한다”며 “목격한 10여명이 내가 구타를 유발했다고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상경은 “폭행한 선임병이 사과를 해와 고소는 취하하기로 했다”며 “선임병도 전의경 제도의 희생량”이라고 덧붙였다.

가해자는 소원 수리 과정에서 이 상경의 근무 태만을 주장한 선임병으로, 이 상경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항의하자 홧김에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경의 주장과 관련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이 상경은 지난 9일 부대로부터 2개월 간 외박과 외출, 면회, 인터넷 사용을 금지한다는 제재를 받았다. 앞서 해당 전경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용산경찰서는 이 상경을 근무태만, 명령불이행 등의 이유로 영창 15일 징계하고 성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다음은 이 상경과의 일문 일답

-현재 상황은?
=모 교사 사건(교사의 학부모 성추행 보도)과 관련해 지난 6월 26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부대에서 26일 선고일까지 소송 서류를 전달해 주지 않아 재판이 열리는 지 조차 몰랐다. 법원에서는 16일 특송으로 발송했다는데 내가 받은 것은 2주가 지난 7월 9일이었다. 대법원이길 망정이지 일반 하급심이었다면 재판상 불이익을 당했을 것이다.

-외출, 면회 금지 징계를 받았다고 들었다.
=공적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이다. 2개월 외출, 외박, 휴가, 면회, 인터넷 금지를 받았다. 내가 징계를 받았다는 기사가 나갔는가? 댓글은 많이 달렸나.

-그렇다. 포털 사이트 D사는 우호적인 댓글이 많았다, N사는 그 반대지만. 예비역 중에선 이 상경 같은 ‘고문관’은 후임병으로 받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대꾸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관심사병이라는 게 핍박하라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민노당 대의원 출신인 이 상경이 이번 소동으로 주목을 받아 정치권으로 나가려 한다는 의혹도 많았다.
=친구인 강의석은 국회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개인플레이가 좋다. 정치권 바깥에서 언론을 활용해 사회 운동을 펼쳐보고 싶다.
다만 2012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볼까 하는 생각은 있다. 당선은 안되겠지만 내가 20대 성적소수자고 청소년활동가니까 상징적인 의미로.

-선임병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들었다. 맞은 곳은 괜찮나.
=10여 분간 발로 밟히고 차이는 폭행을 당해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들었다. 해당 선임병은 과거에도 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주변에 열댓 명이 있었고, 한 대원이 말렸다. 그 대원은 “부대 왕따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내게 유리한 진술을 해줬다. 부대에서는 쌍방 과실로 몰고 가려고 한다. 목격한 10여명도 내가 구타를 유발했다고 불리한 진술을 했다.

-동료 대원들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 상경이 성적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는 ‘선후배간 장난’으로 알았는데, 알고 난 후에는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는데?
= A와 B는 내가 팔짱을 낀 것을 두고 성추행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느낀 걸 내가 어떻게 하겠나. 다만 어제도 그 두 사람이 서로 팔짱을 끼고 다니던데, 내가 성적소수자라서 문제가 됐다면 오히려 그들이 나를 차별한 것이라고 본다. 그 밖에 다른 대원들의 성추행 주장은 터무니 없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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