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을 통해 관급공사를 나눠 먹기식으로 낙찰 받은 건설업체 대표 39명과 이들을 비호한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0일 서울시와 구청이 발주한 하수도 공사에서 담합입찰을 한 혐의(건설기본법 위반)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상하수도공사업협의회장 송모(47) 씨 등 건설업체 대표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2005년부터 2년 동안 서울시로부터 낙찰 받은 상수도 공사를 발주청 승인 없이 다른 시공업체에 하도급을 준 이모(58) 씨 등 업체 대표 15명과 이들의 불법을 묵인하고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서울시 7급 공무원 이모(41) 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낙찰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준 박모(36) 씨 등 27명과 이를 알선해 준 정모(39) 씨 등 2명도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 등은 자신들의 협회에 속한 100여 개 상하수도 공사업체의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회사 몇백 개를 만들어 총 539개 업체 명의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사전에 입찰가를 맞추는 방식으로 올해 3월 12일 담합을 시작해 한 달간 서울시 관급공사(75건)의 70%에 이르는 50여 건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입찰자격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건설기술자격증을 정 씨 등을 통해 돈을 주고 빌리기도 했다.
이들은 낙찰에 성공하면 업체 규모에 따라 미리 정한 순서대로 해당 업체에 하도급을 줘 공사를 분배했다. 하도급을 받은 시공업체는 전체 공사대금의 17%를 낙찰업체 등에 되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시 공무원 이 씨 등은 평상시 회식비용을 업체에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은 입찰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서 관련 업체들에 경찰의 현장조사를 미리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서울 시내 수도사업소 소속 공무원 최모 씨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관급공사 입찰제는 ‘최저가 경쟁입찰’이 아니라 발주청이 정한 기초금액의 범위 내에서 업체들이 가격을 적으면 다시 낙찰가율(예상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산정해 업체를 선정하는 복잡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행 관급공사 입찰제를 ‘운(運)찰제’라고 부를 정도로 합리적인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건설업체들이 몇 백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담합을 하게 된 한 원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가 내는 커미션 금액(17%)은 시공과 무관하게 새고 있어 부실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