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택에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이 설치된 것이 국가기록원의 현장 방문을 통해 밝혀짐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이 시스템과 대통령기록물을 어떻게 반출해 갔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록물 무단 반출 준비 단계=청와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5월 ‘기록 이관, 인계, 퇴임 후 활용 준비현황 보고’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재임 기간 기록물과 취임 전 기록물에 대해 대통령기록관과 이명박 정부에 넘길 것과 넘기지 않을 것을 구분해 놓았다.
지난해 12월경에는 청와대가 보유하지 못한 정부 부처의 각종 기록물을 컴퓨터 파일 형태로 집중 수집하기 시작했다. 파일 형태가 아닌 기록물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문서로 만들어 컴퓨터 파일 형태로 정리한 뒤 청와대에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출 실행 단계=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측은 올해 1월 이명박 정부와 국가기록원에 넘길 기록물의 선별작업을 마치고 반출에 나섰다.
1월 18일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관련이 있는 한 페이퍼컴퍼니가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구입했고 시스템 구입비는 이 측근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1월 25일에는 구입한 별도의 시스템을 청와대로 갖고 들어와 청와대 기존 시스템이 있는 전산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시스템 관계 업체 직원들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2월 14일부터 5일간 기록물은 반출 작업이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기존 e지원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다른 사용자의 접속을 차단한 채 기록물을 옮겼다. 기존 시스템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새로 설치한 시스템에 장착하고 그 대신 1만6000여 건의 매뉴얼 기록물이 담긴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기존 시스템에 꽂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리 준비한 차량(버스)에 기록물을 실어 봉하마을로 옮긴 뒤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반환 요청 및 양측의 공방=청와대는 3월 노 전 대통령 측이 작성한 ‘기록 이관, 인계, 퇴임 후 활용 준비현황 보고’ 문건을 발견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청와대 일각에서 청와대 시스템이 해킹을 당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으나 해킹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측의 무단 반출이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청와대 시스템을 중단한 채 무단 반출에 대한 증거자료를 채집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 측에 전화와 공문 등을 통해 자료 반환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명백한 불법 범죄’라고 규정하고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 보장 차원이며 불법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등 정부 관계자들은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열람할 수 있는 전용선 제공 등을 요구하며 아직 반환하지 않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