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요즘 모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려 보건당국에 항의를 했는데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문모(60) 씨는 요즘 미국에서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손자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손자들이 모기에게 물려 피부에 성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문 씨는 “밤 시간에 손자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에 근무하는 A 총경도 며칠 전 야간근무를 하다가 모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A 총경은 “지난해보다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며 “직원들이 야근 때마다 모기와 전쟁을 치르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A 총경은 최근 아예 모기장을 구입해 사무실에 설치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자 주민들은 야간 외출이나 산책을 할 때 긴팔 옷을 입는 등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민들은 “송도국제도시에 모기가 많은 것은 바닷가라는 특성도 있지만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연수구 보건소의 방역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중앙공원 호수에 올 5월부터 모기 유충이 대거 서식하고 있었는데도 초기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더욱이 올해 들어 6월까지 인천에서 접수된 말라리아 감염 사례는 50여 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6분의 1(약 16%)에 달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규모가 너무 커져 방역이 어렵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방역 예산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연수구 보건소는 주 3회 분무 살충소독과 야간에 연막소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수구 보건소 방역팀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지는 건설 공사로 물구덩이가 많이 생겨 모기 개체수가 많아진 것 같다”며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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