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 국제도시 ‘모기와의 전쟁’

  • 입력 2008년 7월 15일 06시 51분


“국제도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방역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이렇게 불편을 겪는데 보건당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뒷짐만 지고 있으니….”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요즘 모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려 보건당국에 항의를 했는데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문모(60) 씨는 요즘 미국에서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손자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손자들이 모기에게 물려 피부에 성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문 씨는 “밤 시간에 손자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에 근무하는 A 총경도 며칠 전 야간근무를 하다가 모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A 총경은 “지난해보다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며 “직원들이 야근 때마다 모기와 전쟁을 치르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A 총경은 최근 아예 모기장을 구입해 사무실에 설치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자 주민들은 야간 외출이나 산책을 할 때 긴팔 옷을 입는 등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민들은 “송도국제도시에 모기가 많은 것은 바닷가라는 특성도 있지만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연수구 보건소의 방역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중앙공원 호수에 올 5월부터 모기 유충이 대거 서식하고 있었는데도 초기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더욱이 올해 들어 6월까지 인천에서 접수된 말라리아 감염 사례는 50여 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6분의 1(약 16%)에 달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규모가 너무 커져 방역이 어렵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방역 예산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연수구 보건소는 주 3회 분무 살충소독과 야간에 연막소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수구 보건소 방역팀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지는 건설 공사로 물구덩이가 많이 생겨 모기 개체수가 많아진 것 같다”며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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