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시향 잇단 ‘불협화음’

  • 입력 2008년 7월 15일 06시 51분


인천시립교향악단(인천시향) 상임 지휘자 재계약을 앞두고 여러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국인 상임 지휘자에 대한 과잉대우, 지휘자와 단원들 간에 빚어졌던 알력의 실상을 고발한 자료가 인천시의회, 인천지역 문화예술단체에 떠돌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진상 파악에 나섰고, 14일 오후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첫 공식 대화가 이뤄졌다.

인천시향은 2006년 9월 현 지휘자를 맞이하기 이전에도 2년간 상임 지휘자를 결정하지 못해 공석 사태를 빚기도 했다.

○ 정기연주회 연습일 고작 5일

다음달 말 2년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천쩌황(陣佐湟) 씨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캐나다 밴쿠버 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세계 30여 개 유명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미국 24개 도시 순회 연주회를 벌였다. 최근 중국 베이징 국립대극장 예술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와 단원들 간에 연습시간이 적어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인천시향이 18일 제285회 정기연주회를 갖지만, 천 지휘자가 13일 귀국해 연습일은 불과 5일. 4월 11일의 ‘2008 교향악 축제’ 때는 브람스 교향곡과 피아노협주곡 2곡을 연주했는데 1곡당 한 차례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다른 시향은 교향악 축제에 나서기 위해 2개월 연습을 하고, 정기연주회를 위해 최소 2주간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전문지는 교향악 축제 총평에서 “인천시향은 지휘자와 단원 간의 일치감이 없고 화음이 잘 맞지 않는다”고 평했다.

일부 단원은 상임 지휘자의 인천 체류기간을 문제 삼고 있다. 인천시향 단원 협의회는 천 지휘자와 단원과의 연습 및 공연 날짜를 2007년(1∼12월) 55일, 2008년(1∼6월) 17일이라고 밝혔다.

인천종합문예회관 실무자는 “귀국∼출국을 기준으로 천 지휘자의 인천 체류기간은 2007년 94일, 올해 34일”이라며 “단원들의 요청으로 연습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천 지휘자 덕분으로 시향 실력이 향상됐다는 평도 있다”고 말했다.

○ 연봉9만달러… 특급호텔 묶어

천 지휘자는 연봉 9만 달러를 받으면서 인천시향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인천 특급호텔의 VIP 스위트룸에서 지내고 있고, 인천시장이 타는 차량보다 윗 단계의 고급 승용차에다 운전사, 통역관이 따라다니고 있다.

이들 비용은 인천시 예산에서 연봉과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 인천시향 단원들의 초봉은 1400만 원이고,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340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천 지휘자는 이날 단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단원들과의 연습 시간을 늘리고, 복지처우를 향상시키도록 하겠다. 지휘자 재계약 문제는 인천시와 공식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인천시 황의식 문화체육국장은 “천 지휘자 재계약에 대해 단원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있다”며 “그에 대한 연봉과 처우는 타 시도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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