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94년 핵 폐기장 후보지로 선정해 들썩였던 인천 옹진군 굴업도가 이번에는 골프장을 포함한 휴양관광단지 조성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은 굴업도에 국내 대기업이 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희귀 동식물뿐 아니라 문화재급 해안 지형을 간직한 굴업도에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것은 환경 파괴라며 반발하고 있다.》
C&I 레저산업, 22일 ‘오션파크’ 주민설명회 열기로
옹진군 “지역경제 활력” 환경단체 “희귀동물 서식”
▽개발이 가시화된 굴업도=사업자인 시앤아이(C&I) 레저산업은 1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휴양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주민공람을 실시한다. 22일에는 옹진군 덕적면 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사전환경성 검토 초안을 인천시에 제출했다. 시앤아이는 CJ그룹 계열사로 굴업도 전체 토지(172만 m²)의 98.5%를 소유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4월 굴업도에 해양리조트, 호텔, 워터파크 등을 갖춘 휴양관광단지인 ‘오션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제안서를 옹진군에 제출했다.
2012년까지 2564억 원을 들여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비롯해 호텔, 해양리조트, 마리나, 워터파크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
재정자립도가 28.8%에 불과한 옹진군은 세 수입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행정적 문제가 없다면 긍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세수가 주요 세 수입원이었던 옹진군은 ‘바닷모래 채취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발로 수년간 바닷모래 채취가 금지되는 등 재정이 악화된 상태다.
옹진군 손진승 관광계획팀장은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이 되고 고용 창출이 예상되는 휴양관광단지사업에 행정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파괴 논란=환경단체는 시앤아이가 지난해 옹진군에 낸 ‘오션파크 사업제안서’에는 “희귀동물 서식처 없음”이라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굴업도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와 살모사 등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관찰되는 등 보존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25m의 산을 절토할 경우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회는 지질 및 식생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현지답사를 벌인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을 확인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문화재청에 알려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면 시가 굴업도를 관광단지로 지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권역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굴업도에 휴양관광단지가 들어서면 현재 연간 6000명 정도인 관광객이 60만 명으로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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