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헛소문에 복지단체도 곤욕

  • 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간부가 보수단체 소속이라는데… 후원 끊겠다”

‘아고라’ 통해 근거없이 공격

“종교 단체 맞나” 항의까지

사회복지단체인 A 단체에 지난주부터 누리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보니 이 단체의 이사진이 뉴라이트전국연합 소속이라는데 맞느냐”며 “당장 후원을 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데없는 항의전화에 놀란 A 단체는 이유를 찾아 나섰고 “A 단체의 이사진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소속이다”는 주장이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확산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참다못한 A 단체는 홈페이지에 ‘이사진은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무관함을 알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사진 개인의 정치적인 신념이 단체의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단 한 명의 이사도 뉴라이트에 가입하신 분이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지만 성난 누리꾼들의 항의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실제로 후원을 중단한 후원자도 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제 사회복지단체인 B 단체 역시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비슷한 항의가 계속되자 홈페이지에 “우리 단체의 임원진은 뉴라이트 소속이 아니다”며 “기금은 어린이 지원 외 다른 목적에 절대 쓰일 수 없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사회복지단체인 C 단체 역시 기독교 교인들이 세운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인터넷에서 보니 기독교계 단체라는데 맞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교인들이 세운 것은 맞지만 종교 성향과 무관하게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아고라’에는 “방금 ○○ 단체 후원 중단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후원을 하더라도 정말 아이들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중단을 잘했다”는 의견과 “무지한 사람들이 말한 몇 마디에 흔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후원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 등이 함께 올라오고 있는 것.

누리꾼들의 공격은 이들 사회복지단체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후원을 중단한 후원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린 뒤에야 겨우 잠잠해졌다.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여러 단체가 곤욕을 치렀다”며 “어떠한 종교, 이념과도 상관없이 순수한 의도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단체들까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보며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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