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교사로 매도한 인터넷 글, 학생 위장한 어른 글 많아”
《수업 시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을 체벌해 논란을 일으킨 서울 경기상고 이영생(53) 교사가 15일 동아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A4 용지 7장 분량인 이 교사의 글에는 체벌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판한 이후 겪었던 심적 고통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 교사는 7월 5일자 동아일보에 자신의 심층 인터뷰 기사가 실린 이후 인터넷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온갖 음해와 모략을 보고 느낀 참담한 심경을 절절하게 써 내려갔다. 이 교사는 한 청소년 전문 인터넷 사이트의 왜곡보도와 이를 확인도 하지 않은 전교조의 행태를 언급하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인터넷에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체벌했다’는 식의 기사를 쓰는 바람에 한순간에 촛불집회를 탄압한 폭력교사가 돼 버렸다”며 “그런데 전교조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려 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제명’ 운운하며 왜곡보도를 인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의 억울한 누명을 발 벗고 나서서 우선적으로 풀어줘야 할 전교조가 오히려 조합원을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교사의 소신보다 지도부의 방침이 우선이라는 논리는 독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 당시 광화문 한복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빌미로 정권 타도를 외치던 시위대에게는 내가 더없이 좋은 사냥감이었다”며 “(전교조) 지부장은 처음부터 체벌한 사실만을 따졌다”고 밝혔다.
글은 이후 그에게 쏟아진 인터넷상의 마타도어식 비난 세례로 이어졌다.
이 교사는 “전국 최고의 폭력교사가 되어 버린 나를 비난하는 무수한 글들이 확대 재생산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글들이 소위 학생임을 위장한 어른들의 글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대부분의 글이 전교조와 관련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7년 서울의 한 전문계고에서 재단비리 폭로 사건으로 해직될 당시의 상황을 왜곡한 글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인터넷에 오른) 글을 사실인 양 인정하려는 전교조 지도부의 태도에서 배부른 귀족 노조의 반성을 촉구하는 내가 과연 조직의 배신자인가”라고 물은 그는 “전교조는 조직의 배신자를 처형하는 데 앞서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교사로서 당시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이 교사는 “우리나라 경제의 바탕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인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교사들이 ‘미친 교육’을 외쳐서 어쩌자는 것이냐”며 “상업교사에게 (FTA 반대와 같은) 쇄국정책을 가르치라는 말인가. 전교조의 지침은 FTA 반대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에 반기 두렵다”=그는 이번 일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전교조가 아닌 경기상고 동문회였다고 전했다.
그는 16일 기자와 만나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상고 동문들은 처음에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동문회를 통해 항의했지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뒤에는 오히려 나를 격려하고 보호해 줬다”며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 전교조 분회장이 ‘선생님은 이제 조합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며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마타도어에 휩쓸려 함께 움직이는 조합을 보니 전교조에 대해 남아 있던 마지막 애정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에서 활동하다 1987년 해직됐고, 1999년이 돼서야 전교조의 도움으로 복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전교조를 ‘은인’으로 여겨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교직사회는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동경을 받는 귀족사회가 되었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노동자들이 뭉쳤다면 사회 지도층으로서 여론을 올바르게 형성해야 하는데, 지금의 전교조는 사사건건 발목 잡는 일에만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사는 “전교조에 반기를 드는 일이 사실은 너무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전교조의 역사는 승리의 역사이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응집력이 엄청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그 응집력이 나 개인을 향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체벌한 것은 잘못”=이 교사는 학생을 체벌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그는 7일 체벌한 학생에게 직접 “이유야 어찌됐건 체벌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고, 지금은 그 학생도 자신의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의 왜곡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기상고 학생들을 가장한 누리꾼들이 “이영생은 폭력교사다. 평소에도 학생들을 막무가내로 때린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이 교사는 “내가 학교에서 생활지도부 교내지도 담당으로 두발, 금연 지도 등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담당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체벌을 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앞뒤 배경은 생략한 채 인터넷에서 체벌 사실만 부각해 왜곡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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