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 나이들수록 정신질환 발병 급증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는 서현경(가명·32·여) 씨는 최근 팀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업무가 늘면서 오히려 말수가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도 꺼리게 됐다.
서 씨는 “잠이 잘 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서 씨는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신질환 증세로 병원을 찾은 직장인이 2000년 이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질환 유형을 보면 남성 직장인은 불안장애, 여성 직장인은 우울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내 남녀 직장가입자 정신질환 현황’에 따르면 병원에서 정신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직장인은 2000년 16만3213명에서 18만9312명(2001년), 21만1290명(2002년), 23만3304명(2003년), 25만3924명(2004년), 28만2449명(2005년), 31만2731명(2006년), 35만4221명(2007년)으로 8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신질환을 겪는 남성 직장인은 2000년 11만4579명에서 2007년 21만288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여성 직장인은 2000년 4만8634명에서 2007년 14만1338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직장인 주요 연령대라고 할 수 있는 30∼50대의 경우 남성은 불안장애를 가장 많이 겪는 데 반해 여성은 우울증이 가장 많았다. 남성직장인의 경우 20∼30대는 1.9%, 40∼50대 3.7%, 60대 5.0%가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여성 직장인은 20∼30대 2.9%, 40∼50대 5.4%, 60대 7.3%였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직장인 정신질환의 최대 원인은 스트레스인데 이에 대한 반응은 남녀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은 주로 업무 내용이나 업무량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 상담을 받지만 여성은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대 직장인의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짧은 시간에 심한 정신적 압박을 느끼는 ‘급성 스트레스’가 다른 세대보다 많았다.
강희찬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업무 성취와 승진에 대한 심리적 압박 때문에 정신질환을 겪는 직장인이 빠르게 증가하므로 능력에 맞게 업무량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