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복지-영리 다 잡는 사회시설 만들고파”

  • 입력 2008년 7월 17일 06시 58분


前 대구복지협의회장 하종호 월성복지관장

최근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바뀌었다. 200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회장을 맡은 뒤 연임된 하종호(50·사진) 전 회장이 지난달 사직했기 때문이다.

이 협의회 회장은 대구의 사회복지시설 200여 곳의 대표가 총회에서 선출한다.

그 대신 하 전 회장은 이달부터 월성종합사회복지관(대구 달서구 월성2동) 관장으로 ‘내려가’ 일하고 있다. 월성복지관은 이 협의회의 산하 기관.

그는 16일 “연임을 하게 됐지만 ‘복지현장’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복지관 일을 택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그는 4층 관장실의 책상 위에 종이를 잔뜩 쌓아놓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었다. 이달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따른 사회복지 분야의 환경 변화에 대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시설에 재정 지원을 하면 해당 시설은 이를 받아 운영하는 형식이 주류였어요. 이제 사회복지에도 ‘시장원리’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복지 경쟁’이랄까. 복지 시장을 놓고 기존의 시설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 경쟁을 시작했죠.”

그는 ‘좋은 복지시장’을 만들고 이끄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영리만 추구하면 복지의 원래 뜻이 훼손되기 쉽고 복지에만 신경을 쓰면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두 측면을 잘 조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골수 운동권 출신에서 환경운동가, 대구시의회 의원, 사회복지 전문가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온 특이한 경력의 인물.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마산중과 대륜고를 거쳐 1977년 경북대 공업화학과에 입학했다. 졸업은 10년가량 걸려 1986년에 겨우 학사모를 썼다. 독재정권 반대 시위 등에 앞장서다 세 번이나 구속됐다.

그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뒤 ‘화염병’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화염병을 놓고 새로운 활동을 하자’고 동지들에게 말했더니 회색분자라는 반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1991년 대구에서 ‘공해추방운동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지금은 환경단체가 적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드물었다.

그는 대구시의원(1998∼2002년)을 거쳐 사회복지 분야로 눈을 돌렸다. 대구시의원을 마칠 무렵 개관한 장애인 전용 복지관인 달구벌복지관(대구 달서구 용산동)을 3년 동안 맡으면서 ‘복지=행복’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때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고발하고 감시하는 운동보다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 그는 “이 같은 운동이 화염병 던지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운동’은 자신을 스스로 가두지 않도록 하는 자극이 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복지는 자신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이어주는 가교라는 것이다. 하 관장은 “이런 복지 운동을 권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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