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무료제공 등 훈훈한 인심 체험은 ‘덤’
북위 34도 17분 21초. 한반도 육지의 남쪽 끝자락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
해발 156m 갈두산 자락에는 땅의 끝을 알리는 손광은 시인의 ‘땅끝탑비’가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맨 끝의 땅. 갈두리 사자봉 땅끝에 서서 길손이여 땅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휴가철을 맞아 땅끝이 북적이고 있다. 국토 종단의 첫발을 내디디며 새로운 의지를 다지려는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국토순례의 성지로 우뚝
8일 송지면 땅끝 전망대.
전국 대학생 20여 명이 횃불 모양의 전망대 앞에 모이자 해남군에서 나온 최미순(40·여) 문화관광해설사가 안내를 맡았다.
친구 2명과 함께 자전거 국토 순례에 나선 김규남(23·대구한의대 2년) 씨는 “땅의 끝에서 국토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박미선(21·여·공주대 중문과 2년) 씨는 “우리 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이어서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땅끝은 수년 전부터 국토 순례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8일 전국 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 120명은 땅끝에서 출정식을 갖고 통일전망대까지 500km 종단에 나섰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8 대한민국 희망원정대’가 1일 출발했고 12일 ‘한국의 위대한 젊은이들(YGK)’ 205명이 임진각까지 ‘2008 청년희망 국토 대장정’에 나섰다.
민경매(52·여) 해남군 땅끝관광지관리사무소 관리팀장은 “7, 8월 두 달 동안 땅끝을 찾는 순례단이나 동호회원은 5000명이 넘는다. 국도를 따라 걷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행렬은 이제 땅끝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 땅끝을 국민관광지로…
땅끝에서 강진으로 향하는 국도 18호선과 영암으로 가는 13호선에는 5km 구간마다 ‘그대들이 있어 조국의 미래가 밝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멋진 그대’라고 적힌 표지판이 걸려 있다. 해남군이 국토순례객을 응원하기 위해 교통 표지판 밑에 설치한 것이다.
해남군은 순례단이 요청하면 쌀, 김치, 생수 등을 제공하고 의료지원도 한다.
송지면 새마을부녀회원들은 2004년부터 매년 국토순례객과 피서객들에게 무료로 묵은 김치를 나눠주며 땅끝의 훈훈한 인심을 전하고 있다. 올해는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 땅끝 가는 길목인 엄남포소공원에서 4000포기를 나눠줄 예정.
해남군은 땅끝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최근 오토 캠핌장을 만들고 숙식시설을 갖춘 4인용 카라반 10대를 배치했다.
2010년까지 4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고래뼈(28m)와 화석류, 산호류 등 6만여 점의 해양 동식물을 전시하는 해양사박물관을 신축할 계획이다.
김상현(45) 해남군 문예관광담당은 “땅끝 팬클럽을 조직하고 ‘희망 충전 땅끝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땅끝을 국민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