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평등주의 깨고 자율경쟁 틀 마련”

  • 입력 2008년 7월 17일 22시 13분


취임 1주년 맞는 이 원 희 교총 회장

"지난 10년 동안 교육정책에서 횡행하던 획일적 평등주의를 개선하고 자율과 경쟁 체제를 확산시켰던 점이 1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60년 사상 평교사 출신으로 첫 회장에 오른 이원희(56) 회장이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부터 '학교 현장'을 강조해 주목 받았던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을 초청해 교육 공약을 검증했다. 또 교원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한나라당과는 정책연합을 하는 등 역대 교총회장과는 다른 정치적 행보도 보여 관심을 끌었다.

그가 이끄는 교총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대체로 맥을 같이 하지만 지역교육청 전환 문제 등을 놓고 청와대를 압박해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회원 18만8000명을 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을 17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교총 회관에서 만나 교육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자율 경쟁 체제의 확산

이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교총이 이룩한 성과로 '자율과 경쟁 체제의 확산'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4·15 학교자율화 조치는 그동안 정부가 틀어쥐고 있었던 많은 규제를 풀고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교총은 일선 학교에서 자율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학교 현장 제일주의와 교권확립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며 "회장 취임과 함께 '교권 119'를 발족시켜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해 교총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최근 교권 확립을 위한 교권보호법이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렀는데 그 배경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법의 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은 언제나 대 환영이다"고 전제한 뒤 "다만 학교를 방문하기 전 교사와 먼저 약속을 하든지, 학교 방문자 대장에 기록을 남기는 등 적당한 절차를 만들자는 것이 법 취지다."

그는 "학부모 역시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교 출입 과정의 절차를 만드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년 동안 1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늘린 것도 이 회장이 꼽는 성과 중의 하나다.

그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될 때 새 부서 명칭에서 '교육'을 살려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지나친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제동을 걸만큼 교총의 위상이 강화된 것은 회원 증가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 동안 구체적인 법안 등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것은 부족한 점"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전문가가 돼야

이 회장은 "새로운 시대의 교사상은 과거 군사부일체를 운운하며 존경을 강조하던 스승의 모습이 아니라 철저한 전문가로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가 먼저 전문가가 되고 이후 그 전문가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교권은 저절로 회복 된다"며 "기업과 연계해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발굴해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교원평가의 필요성이나 취지에 절대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학교 현실에 맞고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시수 감축, 교원 잡무 감축,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최소한 3가지 교육여건 개선 사업이 교원평가 작업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여건을 만들어 주고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원 평가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교사들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라며 "세밀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중시 풍조 절실

이 회장은 최근 시도교육감 직접선거 과정에서 '교육감 선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11월 치러지는 대전시교육감 선거와 내년 초 치러야 할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두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초중고 교육을 이끄는 교육감이 단지 비용 문제 때문에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육 경시' 풍조에 다름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이 회장은 "교육 경시 풍조는 비단 교육감 선거뿐만 아니라 교장 자격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추진하는 교육 당국에서도 보이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무자격 교장 공모제'는 빨리 철회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전북도교육감 선거와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적극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하며, 당선되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준화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며 "앞으로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후보들의 공약 사항을 점검하고 이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