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문두를 먼저 읽으라.
문제 풀이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는 독해를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문두나 답지를 먼저 보는 것이다. <표1>에서 제시한 것처럼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이라는 문두만 봐도 5개의 답지 중 4개는 해당 지문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알 수 있어 훌륭한 힌트가 된다. 이런 정보 확인 문제는 배점은 작은 편이지만 독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역할이 매우 크다. 다만 시간이 없을 때에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 풀이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얻는 점수는 작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예문>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6월 평가원 모의평가 20∼23번 지문
쇼윈도는 소비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적 표상 중의 하나이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나 목차를 먼저 읽듯이 우리는 쇼윈도를 통해 소비 사회의 공간 텍스트에 입문할 수 있다. ‘텍스트’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통할 목적으로 생산한 모든 인공물을 이르는 용어이다. 쇼윈도는 ‘소비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공간 텍스트이다. 기호학 이론에 따르면 ‘소비 행위’는 이런 ㉠공간 텍스트를 매개로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의사소통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옷 가게의 쇼윈도에는 마네킹이 멋진 목걸이를 한 채 붉은색 스커트를 날씬한 허리에 감고 있다. 환한 조명 때문에 마네킹은 더욱 선명해 보인다. 길을 걷다가 환한 불빛에 이끌려 마네킹을 하나씩 살펴본다. 마네킹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참 날씬하고 예쁘기도 하네. 저 비싸 보이는 목걸이는 어디서 났을까. 짧은 스커트가 눈부시네……. 나도 저 마네킹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곧 옷 가게로 들어간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소비자가 쇼윈도라는 공간 텍스트를 읽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공간 텍스트는 세 개의 층위(표층, 심층, 서사)로 존재한다. 표층 층위는 쇼윈도의 장식, 조명, 마네킹의 모습 등과 같은 감각적인 층위이다. 심층 층위는 쇼윈도의 가치와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 층위이다. 서사 층위는 표층 층위와 심층 층위를 연결하는 층위로서 ⓑ이야기 형태로 존재한다.
서사 층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상호 작용을 한다. 생산자는 텍스트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이야기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소비자는 이야기를 통해 텍스트의 의미와 가치를 해독한다. 이런 소비의 의사소통 과정은 소비자의 ‘서사 행로’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서사 행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첫 번째는 소비자가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때 소비자는 쇼윈도 앞에 멈추어 공간 텍스트를 읽을 준비를 한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상품을 꼼꼼히 관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쇼윈도와 쇼윈도의 구성물들을 감상한다. 세 번째는 소비자가 상품에 부여된 가치를 해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쇼윈도 텍스트에 내재된 가치들을 읽어 내게 된다. 네 번째는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를 내리는 과정이다.
이 네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는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서사 행로는 소비자의 측면에서 보면 이 상품이 꼭 필요한지, 자기가 그 상품을 살 능력을 갖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지문에서는 네 문항이 주어졌는데 첫 문항이 다음과 같았다.
『<예시1> 문항의 예
20.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1점]
① 쇼윈도는 소비자를 소비 공간으로 유인한다.
② 소비자는 서사 행로를 통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③ 책을 읽는 능력은 공간 텍스트 해독에 도움을 준다.
④ 마네킹을 통해서 소비자는 생산자와 의사소통을 한다.
⑤ 공간 텍스트에는 생산자가 부여한 의미가 담기게 된다.』
이 지문은 공간 텍스트인 쇼윈도를 매개로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의사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문항을 보면 이미 핵심 어휘를 사용해 ‘공간 텍스트를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를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쇼윈도’, ‘소비 공간’, ‘공간 텍스트’, ‘소비자’, ‘생산자’ 등의 어휘가 그것들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먼저 봤다면 이미 내용을 알고 지문에 접근할 수 있어 독해 및 문제 풀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자. 정답은 ③번이다. 근거를 찾았는가.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 1문단에 있는 책의 표지나 목차 이야기는 쇼윈도의 역할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책 읽는 능력과 공간 텍스트를 이해하려는 것과의 연관성을 얘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①번 답지의 경우 1문단에 근거가 있고, ②번은 6문단에 소비자가 서사 행로를 거쳐 상품의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제시돼 있다. ④번은 2∼4문단에 마네킹은 공간 텍스트를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로 소비자는 이를 보면서 생산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⑤번은 4문단에서 공간 텍스트에는 생산자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문의 내용을 미리 알게 해 주는 문제들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문제의 출전을 밝혀두고 있으니 먼저 문제만 보고 내용을 짐작해 본 뒤에 지문을 가지고 확인해 보라.
『<예시2> 문항의 예
35.위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1점]
① 초기 사진술의 원리
② 초기 사진술의 장점과 단점
③ 초기 사진술의 보급과 쇠퇴
④ 발명과 창의적 발상의 관계
⑤ 특허가 기술 보급에 미치는 영향
―2007학년도 대수능 대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36.위 글에 따라 다게레오타입과 칼로타입을 비교하여 만든 표에서 잘못된 부분은?
20.(가)∼(마)의 중심 화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제3자 효과 이론의 등장 배경
② (나): 제3자 효과의 개념
③ (다): 제3자 효과 이론의 유형
④ (라): 제3자 효과 이론의 의의
⑤ (마): 제3자 효과 이론의 응용―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6.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점]
① 카네만은 경제학에서 인간 심리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하였다.
② 케인스는 심리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학의 접근 방법을 변화시켰다.
③ 확률 인지 심리학은 주관적 추론의 체계적인 편향이나 오류를 시정했다.
④ 확률 인지 심리학의 성과는 경제학의 접근 방법에 중요한 변화를 요구한다.
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인간 행동에 대한 가정보다 관찰에 기초하여 합리성을 논한다.
―2006학년도 대수능 대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
(12) 주제를 찾는 연습만이 살길이다.
아무리 설명을 잘 들어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실력 향상은 없다. 틈나는 대로 주제 찾기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찾은 소주제를 여백에 적어 놔야 한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해 속도가 붙으면 비문학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앞서 제시했던 소비와 관련된 지문으로 공부해 보자. 일단 이 지문을 보면서 내용 일치 문제를 살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하고, 그 후에 마지막 문단을 읽으며 무슨 내용인지 확인한다. 그 후에는 문단별로 번호를 붙이면서 각 문단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살피고 동시에 접속어나 지시어를 살피도록 한다. 반복되는 추상어나 당위명제를 찾으면 주제가 잡힌다. 이번 호까지 언급한 독해 원칙을 실제로 적용해 보면 각 문단의 소주제가 ‘공간 텍스트의 개념 정의(1)→옷가게의 쇼윈도를 통해 본 공간 텍스트의 세 개 층위(2, 3)→서사 층위에서의 소비자와 생산자의 상호 작용(4)→소비자의 서사 행로의 네 가지 과정(5)→서사 행로의 네 가지 과정을 통한 소비자의 상품 구매 여부 결정(6)’임을 알 것이다.
예문을 하나 더 보자. 실제로 밑줄을 그으며 독해를 하고 소주제를 써보자.
『<예문>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15∼19번 지문
범죄가 언론 보도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언론이 범죄를 취잿감으로 찾아내기가 쉽고 편의에 따라 기사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보도를 통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도는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범죄 보도는 범죄자나 범죄 피의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법적·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초상권은 얼굴 및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타인이 함부로 촬영하여 공표할 수 없다는 인격권과 이를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재산권을 포괄한다.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유형으로는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무단 촬영·보도, 승낙의 범위를 벗어난 촬영·보도,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촬영·보도 등을 들 수 있다.
법원의 판결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는 교내에서 불법으로 개인 지도를 하던 대학 교수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현장을 방송 기자가 경찰과 동행하여 취재하던 중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법원은 ‘원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연습실을 무단으로 출입하여 취재한 것은 원고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더불어 취재의 자유를 포함하는 언론의 자유는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며, 비록 취재 당시 원고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원고의 연습실과 같은 사적인 장소는 수사 관계자의 동의 없이는 출입이 금지되고, 이를 무시한 취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 사례는 법원이 언론의 자유와 초상권 침해의 갈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판결은 사적 공간에서의 취재 활동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