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잡기 좋고 시간도 절약
LEET의 ‘언어이해’는 세 영역 중 가장 안정된 모델이 마련된 영역입니다. 무엇보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오랜 기간 시행해 온 수능의 ‘언어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가 반영돼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행해온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 DEET)의 ‘언어추론’의 출제 경험과 시행 결과는 직접적인 자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험생에게도 유사 기출문제가 풍부해 도움이 됩니다. 모델이 안정되다 보니 시중 모의고사에서도 좋은 문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여러모로 남은 기간 시험 대비가 비교적 용이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학습자료가 풍부해도 시험의 구조와 특성을 간략하게라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언어이해는 여러 문건에서 발표돼 있는 이원분류표에 의해 문항을 분류하고 배치합니다. 이원분류표는 한편으로는 인지활동유형(어휘, 분석, 추론, 비판, 창의), 다른 한편으로는 내용 영역(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국어)을 분류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 개의 지문에서 세 문항을 출제하는 것이 기본 모델이다 보니, 문항은 일단 지문 성격에 따라 내용 영역을 중심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비 시험의 경우, 인문 6문항, 사회 12문항, 과학·기술 9문항, 문학·예술 9문항, 국어 4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비율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지문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폭넓은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아가 수험생의 전공에 따른 불이익을 없애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문에 의해 내용 영역이 분류되면 세 문항은 인지활동유형에 의해 다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분석’ 문제는 단어, 문장, 텍스트 수준의 의미 이해, 구성 성분 간의 관계 파악, 글이 조직돼 있는 방식 발견 등 글에 대한 이해 분석 능력을 평가합니다. ‘추론’ 문제는 주어진 자료에서 미뤄 알 수 있는 정보나 결론을 도출하거나 태도, 관점, 의도 등을 추론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비판’ 문제는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 사고의 과정, 반영된 현실에 대해 내적·외적 기준으로 정당성이나 적절성 또는 가치 및 우열을 평가하게 하는 문제입니다. ‘창의’ 문제는 분석, 추론, 비판한 내용을 지문 밖의 자료나 사례에 적용해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대체로 한 세트의 세 문항 중 첫 문항에는 분석 문제가 자주 출제되며, 나머지 두 문항에는 분석, 추론, 비판, 창의 문제 중 지문에 적절한 것으로 구성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수험생들은 개별 문제의 해결에만 주목하지 말고 문제 세트가 구성되는 방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첫 문항은 대체로 글의 세부 내용보다는 전체 내용과 관련해 분석하는 문항이 자주 출제됩니다. 평가의 관점에서도 지문 전체 내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고, 수험생 입장에서도 첫 문제를 풀면서 전체 내용을 점검케 하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첫 문항을 먼저 파악한 다음 지문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언어이해는 빠른 시간에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이 중요합니다. 지문을 먼저 읽고 첫 문항을 풀면 첫 문항이 묻는 내용을 다시 지문에서 찾는 경우가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첫 문항을 먼저 읽고 묻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지문을 읽으면, 지문을 읽은 뒤 바로 첫 문항의 답을 찾을 수 있어서 지문을 다시 읽는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문 전체 내용 파악과 첫 문항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지문의 핵심 내용을 빨리 파악하려면 제목 붙이기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목 붙이기는 ‘논술’의 요약 종합형 대비 요령에서 이미 강조한 내용이지만 언어이해와도 관련돼 있으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어떤 글을 읽건 각 문단에 제목을 붙이고 전체 글에도 제목을 붙여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장이 들어 있는 논증적인 글은 결론적인 주장으로, 사실을 서술하거나 설명하는 글은 핵심 내용을 제목으로 붙여보면 됩니다. 유사 기출문제의 지문이나 대입 논술 문제의 제시문을 읽으면서 이 훈련을 반복하면, 핵심 내용만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기를 수 있고 그 결과 읽기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독립적으로 네 문항이 출제되는 어휘·어법 문제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짧은 시간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각종 검정 시험을 겨냥한 준비 자료가 많이 나와 있으니 그 중 충실한 자료를 하나 선택해 매일 조금씩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능 언어영역에 출제됐던 어휘·어법 문제를 모두 풀어보고 각 문제와 연관된 영역들을 하나씩 정리해 두는 것도 좋은 대비법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