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육류 가공업체들이 소시지 등을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미국산 ‘돈장 케이싱’ 중 일부가 중국에서 가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검역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돈장 케이싱에 대해 검역 보류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장 케이싱은 돼지 창자를 롤러로 가공 처리한 것으로 소시지의 껍질 부분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 제3국 경유 가공 육류 못 들어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시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제3국을 경유하는 육류는 수입할 수 없으며 중국에서 가공된 미국산 돈장 케이싱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0일 “한국으로 돈장 케이싱을 수출하는 3군데 미국 업체가 현지에서 돈장 케이싱을 직접 가공하지 않고 중국으로 보내 가공한 뒤 다시 미국으로 들여와 이것을 한국에 수출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이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초부터 해당 업체들의 제품에 대해 검역 보류 조치를 취했다. 현재 부산에는 지난달 중순경 들어온 미국 A업체의 돈장 케이싱 수t이 검역 보류돼 있는 상태다.
○ ‘구멍 뚫린’ 검역당국
수의과학검역원은 미국 측에서 ‘위생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답변이 오기 전까지 의혹이 제기된 업체의 제품에 대해서는 검역 보류를 풀지 않을 방침이다. 또 중국에서 가공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 업체들이 국내에 수출을 못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중순 이전에 들어와 이미 검역을 마친 제품에 대해선 수거 등의 조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검역을 받지 않은 제품은 보류할 수 있지만 이미 검역을 마친 제품이 유통되는 것은 법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지금까지 국내에 돈장 케이싱을 수출하는 주요 미국 업체들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해당 미국 업체에 대해 그동안 체계적인 조사나 관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상당히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가공 처리된 돈장 케이싱이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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