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不法 방치땐 포털도 책임”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공정위, 자진개선 조치

“6개 포털 약관의 절반이 불공정”

약관 일방적 변경… 게시글 저작권침해 방치

포털 책임강화… 광고주협박 수사등에 영향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고객의 게시물로 돈을 벌면서도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은 고객에게 떠넘기는 등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을 운용해 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엠파스, 파란, 야후 등 6개 포털이 이용자와 맺은 약관 81개, 사업자와 맺은 약관 29개 등 총 110개 약관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50여 개 약관에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 포털에 9월 말까지 불공정 약관을 자진 개선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조치는 ‘누리꾼의 불법행위’에 대해 포털의 책임을 크게 강화한 조치로 최근 광고주 협박 관련 검찰 수사나 인터넷상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각종 법원 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발표에 따르면 누리꾼이 카페에 올린 글이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할 때 포털은 이에 따른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으며 설사 법원의 판결 등으로 포털이 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이를 고객이 배상하도록 하는 약관을 운용해 왔다. 이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로 지적됐다.

일부 포털은 고객의 게시물을 임의로 사용 또는 복제하거나 미디어 등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포털은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약관도 운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객의 ID나 비밀번호를 잘못 관리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약관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잘못으로 소비자에게 환불할 때에도 환불수수료를 떼거나 포인트 정책을 사전 고지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는 약관도 적발됐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약관을 바꿀 때 초기화면에 그 내용을 단기간만 공지해도 효력이 발생하도록 해 사실상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있었다. 이는 고객의 계약체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할 때는 그 내용을 e메일 등을 통해 원칙적으로 개별 통지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올해 5월에도 포털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다수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며 “포털의 약관 내용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정 조치로 불공정 약관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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