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가정용 에너지 절감 컨설팅해 드립니다”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국제무역창업대회 한국대표… 창업 꿈꾸는 민사고 김형주·조정완군

가정용 에너지 소비 컨설팅업체인 ‘ElecPal’이 2008년 하반기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문을 연다. 고객 가정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진단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주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공하고 온라인으로 관리해 주는 회사다. ElecPal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재미로 살아간다. 컨설팅 결과 절약된 에너지 요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이다.

가정용 에너지 소비 컨설팅 서비스라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을 누가 세울까. 주인공은 민족사관고 3학년생인 김형주(사진 왼쪽), 조정완 군이다. 이들은 ElecPal을 설립 4년 만인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세웠다. 이어 2013년 중국과 인도에, 2015년 중동과 독립국가연합(CIS)에 해외지사를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도 있다.

이들은 항공특송 업체인 페덱스 익스프레스와 청소년 경제 교육기관인 JA의 공동 주최로 열린 고교생 대상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FedEx-JA 국제무역 창업대회’ 한국 예선에서 일반 가정을 상대로 한 이 같은 에너지 소비 컨설팅 사업계획을 제출해 우승을 차지했다.

○ 경제 보고서 읽으며 시장 분석

이 대회는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사업 계획안을 영문으로 작성해 발표하고 사업타당성 등을 놓고 참가팀끼리 상호토론을 하는 전 과정을 심사위원들이 관찰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군과 조 군은 3위 안에 들어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게 일차 목표였지만 실제 창업해도 생존 가능한 기업을 만든다는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가상 계획이니만큼 당장 창업할 생각은 아니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이들은 식사 때나 자습 시간을 활용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정용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업 부문과 달리 가정 부문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관리해 주는 컨설팅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업전략 수립을 맡은 김 군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과 중국은 14%, 인도는 22%, 중동은 무려 41%에 달한다”며 “고유가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가정용 에너지 소비 컨설팅 시장은 매력적인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를 맡은 조 군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관련 기관과 대기업 경제연구소 홈페이지 등에서 국내외 에너지 관련 통계와 연구 자료를 수집했다. 인터넷에서 구하기 힘든 전문자료를 구하려고 관계 기관이나 기업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 “美 대학 졸업한 뒤 월가 체험할 터”

사업계획서 작성 및 발표, 상호토론을 모두 영어로 해야 한다는 점은 이번 대회 참가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하지만 김 군과 정 군은 민사고에서 시행하고 있는 영어몰입수업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군은 “학교에서 정완이와 함께 AP(학점선이수제도) 수업을 듣는데 한 학기에 적어도 서너 번은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며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 쪽에 관심이 많은 조 군은 인터넷으로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경제지의 특집기사를 틈틈이 챙겨 봤다. 조 군은 “경영 컨설턴트인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독학으로 주식, 채권, 선물 분야를 공부해 한국증권협회 주최 고교생 증권경시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경영대학원을 졸업해 월가에서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고 싶다는 조 군은 한국에 돌아와 투자은행(IB)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김 군 역시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취미인 영화감상과 대학 전공을 결합해 영화·음악 산업에 경영 마인드를 접목하는 사업을 해보는 게 꿈이다.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쟁쟁한 외국 대표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김 군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외국 친구들과 함께 연구하고 경쟁할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면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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