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업주부, 학교 시간표처럼 계획을 세우자
하루 종일 자녀와 함께 지내는 전업주부는 삼시 세끼 밥을 해 먹이는 것부터 어떤 학원에 보내고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할지 고민한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전업주부 김갑숙(46·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방학 때마다 ‘SOS’를 요청하는 엄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 씨가 자녀를 키우면서 시행착오 끝에 얻은 ‘방학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대치동 엄마 사이에서 김 씨는 방학 숙제 지도자이자 체험학습 가이드로 불리고 있다.
김 씨는 꾸준하고 반복적인 공부가 필요한 주요 과목 위주로 학원을 선택하되 3개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한다. 주요과목 학원은 1학기 과정 중 뒤처졌던 부분을 보충하는 학습 위주로 고른다.
방학 때는 공부방 개념의 학원을 선택한다. 취약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강해 주는 ‘맞춤 강의’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오답 데이터를 보며 딸이 어려워했던 도형 부분과 실수가 많은 연산 부분을 보강해주는 프로그램을 학원에 주문한다.
서울 영화초등학교 이현진 교사는 “시험 점수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어떤 부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면서 “선행학습보다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방학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기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 다니지 못했던 예체능 학원도 수강하도록 했다. 김 씨의 딸은 매일 아침 신나는 음악에 맞춰 줄넘기를 할 수 있는 줄넘기 특강을 신청했다. 좋아하는 활동을 기상 시간 직후에 배치하는 것은 늦잠 방지에 효과적이다.
혼자 공부하는 학습량은 ‘하루 수학 문제집 두 페이지, 책 10장 읽기’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양 조절에 신경 쓴다. 학원에 다녀와서는 바로 복습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김 씨는 “방학은 학습(學習)중에서도 익히고 반복하는 ‘습’의 시간”이라며 “학원에 다녀온 후 반드시 2시간 정도 복습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부한 뒤에는 30분 안팎으로 자유시간을 주어 지루함을 없애 주는 것이 좋다. 방학 숙제를 할 땐 부담을 덜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친한 친구 2, 3명을 집으로 불러 함께 하도록 한다.
○ 맞벌이 엄마의 주중·주말 이중 계획표
전업주부가 ‘하루 종일 자녀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로 고민한다면 맞벌이 엄마는 ‘하루 종일 얘가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를 걱정한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최진(40·경기 화성시 병점동) 씨는 주중엔 엄마의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학원 수업을 듣도록 시간표를 짠다. 주말엔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로 계획을 세운다.
최 씨는 아침마다 자녀를 데리고 출근한다. 11시에 시작하는 학원 수업시간 전까지 학교 도서관에 보내기 위해서다. 최 씨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한 권 읽고 독서록을 쓸 때마다 용돈 2000원을 주었다. 효과 만점이었다.
퇴근시간까지 시간을 맞추기 위해 평소 다니던 영어, 수학, 피아노 학원에 미술을 하나 더 추가했다. 최 씨는 학원을 선택할 때 급식을 제공하는지 여부도 꼭 확인한다. 점심 식사를 챙겨 먹이고 학원에 시간 맞춰 보내준 뒤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같이 있어주는 도우미를 쓰는 엄마들도 있다.
학원에 잘 오고 가는지는 담당 강사가 보내주는 출결 확인 문자 서비스로 확인한다. 최 씨는 아이가 지각하거나 학원에 오지 않았을 때 반드시 유선전화로 연락해 줄 것을 담당 강사에게 당부한다. 일주일에 한 번 담당 강사와의 상담을 통해 학원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최 씨는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딸에게 전화를 하고 다음 할 일을 숙지시킨다.
최 씨는 퇴근 후 문제집은 직접 들여다보며 방학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매일 확인하면 자녀에게 ‘불신’의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2, 3일에 한번씩 하는 것이 좋다.
주말은 사회, 과학 과목과 관련된 체험학습을 떠난다. 최 씨는 현장에서 돌아와 보고서를 쓸 때까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최대한 곁에 있어준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여름방학을 맞아 7월 29일, 8월 5, 12일자 ‘신나는 공부’는 발행하지 않습니다.
‘신나는 공부’는 8월 19일자부터 다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