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아메리칸 드림’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4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는 김세민(28) 씨는 최근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 과정을 모두 끝내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USMLE를 따기 위해 지난 2년간 근무를 마친 뒤 관사에 남아 시험을 준비하고 외국인 영어 강사와 1 대 1 과외를 받아왔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외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인 신현영(28) 씨는 인턴 수련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코넬메디컬 센터 ‘방문의’로 일하면서 USMLE 임상기술(Clinical Skill)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나머지 시험을 모두 통과해 미국의사면허증을 받으면 미국으로 건너가 외과의사로 일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진 美 자격시험 응시인원 해마다 늘어

“하루 20명이하 진료… 근무여건-삶의 질 큰 차이”

신 씨는 “한국에서 수련의를 하면 일주일 내내 밤을 새우는 일이 태반”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주 80시간 이하로 근무하도록 규정돼 있어, 한마디로 삶의 질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USMLE는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기 위해 필수적인 면허증 취득 시험이다. USMLE를 딴 후에 미국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의사를 하기 위해 미국 USMLE 시험을 준비하는 의사가 크게 늘고 있다.

시험 접수대행사인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USMLE 응시자는 2005년 550명에서 지난해에는 700여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6월 현재 300여 명인데 8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SMLE 전문학원 관계자는 “2005년 학원 설립 후 매년 수강생이 3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USMLE 응시자가 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의료계가 한국보다 근무여건이 나은 데다 첨단 의료기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대 의대 본과 4년 윤찬(24) 씨는 “한국에서는 유명한 의사 한 사람이 하루 100명까지 환자를 보지만 미국은 많아야 20명”이라며 “미국이 더 좋은 의료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의 수입이나 의사를 보는 눈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최근 의사 배출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전문가 위상도 낮아져 미국에 관심을 갖는 의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면허등록의사수 기준 196명이다. 이는 1980년보다 3배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병원에 근무하는 한국 의사들은 연간 1억5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주로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많다.

미국 뉴욕에서 의대 유학 알선업을 하는 제프리 서 씨는 “뉴욕에만 100명 이상의 한국 의사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USMLE 전문학원 ‘GMES’의 장준희 대표는 “전공의 수련을 마친 국내 병원 의사들이 1억 원 정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수입이 꼭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보이지 않는 차별과 의료사고 소송이 많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의사생활을 하는 한 누리꾼은 USMLE 커뮤니티인 ‘USMLEKOREA’에서 “유명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던 유능한 한국 의사가 담당환자의 유언을 제대로 듣지 못해 병원에서 징계받고 수련을 그만두게 됐다”며 “영어가 안 되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윤진근(27·경북대 사회학과4년)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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