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는데….”
경기 광주소방서 이삼수(42) 소방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후배 최영환(32·사진) 소방교가 급류에 떠내려간 주민을 구하려다 의식불명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 소방교가 사고를 당한 것은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20일.
이날 오후 4시 24분경 광주시 실촌읍 오향리 곤지암천에서 트랙터가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를 받고 최 소방교 등 소방관 4명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출동 당시 트랙터 운전자 윤모(54) 씨는 이미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 최 소방교는 로프에 몸을 맨 채 떠내려가는 윤 씨를 향해 몸을 던졌다. 900여 m를 내려가 구조했으나 윤 씨는 이미 숨진 상태.
최 소방교는 다시 사고지점으로 돌아와 트랙터에 매달려 있던 유모(65) 씨를 구하기 위해 급류 속으로 뛰어들었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트랙터 근처로 다가간 순간 최 소방교는 갑작스러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료 소방관들이 뛰어들었지만 그는 순식간에 물살에 휩싸인 채 자취를 감췄다.
오후 5시 40분경 동료 소방관들이 최 소방교를 발견했지만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 소방교는 다음 달 30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며칠 전에는 웨딩사진을 찍는 등 결혼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방장은 “스킨스쿠버와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딸 정도로 소방관 일에 애착이 많았다”며 “소방서 축구경기가 있으면 항상 약혼자를 데리고 와서 자랑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2000년 8월 소방관에 입문한 최 소방교는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서 남동생(28)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왔다.
광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