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뒤면 새신랑될 소방관이…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4분


경기 광주 소방관 급류속 주민 구하려다 사고…의식불명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는데….”

경기 광주소방서 이삼수(42) 소방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후배 최영환(32·사진) 소방교가 급류에 떠내려간 주민을 구하려다 의식불명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 소방교가 사고를 당한 것은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20일.

이날 오후 4시 24분경 광주시 실촌읍 오향리 곤지암천에서 트랙터가 급류에 휩쓸렸다는 신고를 받고 최 소방교 등 소방관 4명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출동 당시 트랙터 운전자 윤모(54) 씨는 이미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 최 소방교는 로프에 몸을 맨 채 떠내려가는 윤 씨를 향해 몸을 던졌다. 900여 m를 내려가 구조했으나 윤 씨는 이미 숨진 상태.

최 소방교는 다시 사고지점으로 돌아와 트랙터에 매달려 있던 유모(65) 씨를 구하기 위해 급류 속으로 뛰어들었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트랙터 근처로 다가간 순간 최 소방교는 갑작스러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료 소방관들이 뛰어들었지만 그는 순식간에 물살에 휩싸인 채 자취를 감췄다.

오후 5시 40분경 동료 소방관들이 최 소방교를 발견했지만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 소방교는 다음 달 30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며칠 전에는 웨딩사진을 찍는 등 결혼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방장은 “스킨스쿠버와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딸 정도로 소방관 일에 애착이 많았다”며 “소방서 축구경기가 있으면 항상 약혼자를 데리고 와서 자랑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2000년 8월 소방관에 입문한 최 소방교는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서 남동생(28)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왔다.

광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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