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개편 이후 권한 강화에 韓총리 행보 달라져”
정부 출범 초기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총리’라는 평을 들어온 한승수 국무총리가 최근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경찰의 촛불집회 대응방침과 관련해 “물대포는 어떤 나라 시위 제어방법보다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서도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현안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한 총리는 20일 총리공관에서 주재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개성 관광을 포함한 대북교류협력 사업 전반에 대해 가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현안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공무원들과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전에는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상대하던 비정상적인 국면이었다면 이제는 총리의 내각통할 기능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행보는 ‘쇠고기 파동’ 이후 총리실에도 국정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총리실 직제가 개편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한 총리실의 직제개편은 21일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가 관보에 게재되면서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정책조정을 위해 신설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게 됐다. 국정조정권이 총리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다. 관계 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참석하는 이 회의는 이르면 주내에 첫 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내각통할을 뒷받침할 ‘공직윤리지원관실’도 이날부터 다른 정부 부처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아 가동에 들어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사회 기강 확립 및 비위사실 적발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권한이 없어 국정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불편했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권리를 되찾은 만큼 총리의 ‘보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