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모교에 성금 쾌척 최천식 배구감독

  • 입력 2008년 7월 22일 07시 19분


“가장(家長)으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저를 이끌어준 모교를 생각하면 이 돈은 제가 쓸 돈이 아닙니다.”

16일 오후 인하대에서는 예정에 없던 행사가 열렸다. 최천식(43·사진) 배구감독이 느닷없이 체육발전기금을 내겠다고 밝히면서 홍승용 총장이 일정을 조정하고 학교 관계자들이 갑작스레 행사 준비에 나선 것.

최 감독은 이날 체육발전기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모교에 쾌척했다.

2000만 원은 그가 2005년 4월 인하대 배구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실력이 뛰어난 4학년 학생들이 프로팀으로 취업을 할 때 구단에서 받은 연구지원비를 차곡차곡 모은 것.

LIG손해보험 등 프로팀은 대학팀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나 실력이 뛰어난 선수 등을 스카우트할 때 공식적으로 학교발전기금을 내놓고, 이 중 일부는 감독의 연구지원비로 돌아간다. 따라서 연구지원비는 감독의 판공비와 비슷한 성격이어서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그가 체육발전기금을 내놓은 것은 배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2004년 전후에 큰 도움을 준 모교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0년 대표팀을 은퇴한 후 2001년 대한항공 배구팀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팀 내 불화로 코트를 떠난 뒤 김포공항 탑승카운터에서 7개월간 발권 업무와 승객의 짐을 부치는 일을 했다.

그러다 그는 정든 대한항공을 떠나 사업을 시작했다. 13년간 태극마크를 달았고 ‘코트의 귀공자’란 별명으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그는 사업을 해도 잘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사업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그나마 퇴직금을 모두 날리는 시련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저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은 모교였어요. 학교의 부름을 받고 2003년 12월 인하대부속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삶의 희망을 얻었죠.”

2004년 정식 교사 발령을 받은 그는 2005년 4월 인하대 배구 감독에 취임했다. 2006년 파죽지세의 20연승으로 그해 5개 대학배구대회에서 전 관왕을 이끈 그는 이때부터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김요한(LIG손해보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프로팀으로 빠지면서 올해 성적이 좋지 않지만 좋은 고교 선수들이 인하대에 입학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최 감독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후배들을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스포츠맨”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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