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야산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25종

체계적 증식 - 복원작업 한창

“서식지 파괴 - 밀렵 등 막아야”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황새, 호랑이, 검독수리…. 과거 백두대간을 비롯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볐던 동물들이지만 이젠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이 돼 버렸다. 서식지 파괴나 개발, 과도한 포획 및 밀렵 등 여러 이유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반달가슴곰, 호랑이 등 육식성 포유동물은 일제강점기에 ‘해수구제(害獸驅除·해로운 동물을 없앤다)’라는 명목으로 종마다 수천 마리씩 포획되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야생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야생동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2007년 펴낸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전국분포조사’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2006년 말 기준으로 강원도 산간 등지에 21마리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는 포획 개체수만 1000마리가 넘을 만큼 과거엔 적지 않은 반달가슴곰이 한반도에 살았다. 일제강점기인 1915∼43년 1076마리가 포획된 기록이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남아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산 태백산 오대산 등지에서 반달가슴곰을 흔히 볼 수 있었으나 1970년대에 100마리 이하로 줄어들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 현재는 16마리로 줄었다.

여우는 1960년대까지 마을과 인접한 전국의 야산에서 서식했지만 1960년대 후반 쥐약으로 죽은 쥐를 먹고 2차 중독돼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1년 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에 47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후엔 극소수만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4년 강원 양구군에서 수컷 사체가 발견된 것이 마지막 실체 확인이다.

현재 천연기념물인 황새는 1950년대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였다. 하지만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텃새로서의 황새는 없어졌다.

1971년 충북에 서식하던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희생되면서 맥이 끊겼다. 지금은 극소수가 겨울 철새로 날아올 뿐이다.

○ 스스로 번식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돼야

정부에서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 동물에는 포유류 12종, 조류 13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정부는 2006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체계적인 증식 및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등 ‘서식지 외 복원기관’에서도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복원 작업의 최종 목표는 근친교배 문제를 피하면서 스스로 번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체수를 확보해 야생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원종 확보, 증식·복원 기술 개발, 서식 지역 선정, 증식·복원, 사후 관리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진척이 가장 많이 된 종은 반달가슴곰과 산양.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던 종과 같은 종을 러시아, 북한 등에서 20여 마리를 들여와 서식지에 방사한 뒤 야생에 적응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산양도 1990년대부터 강원도 산악지대에 방사를 시작했다. 6마리를 풀어놓아 지금은 15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정적으로 번식해 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김지태 국장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영역을 갖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도 종 복원 사업은 10∼20년이 걸린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멸종위기종들이 자연에 적응해 스스로 번식하면서 생태계의 한 고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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