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개선 vs 유지’ 날선 공방전
자사고-외국어고 추가 설립 입장차 뚜렷
학력평가-학교정보 공개 싸고 이견 노출
주민 직접 투표로 30일 처음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교육감 시민 선택’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의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사무실에서 연 정책 토론회에 참가해 정책 구상을 밝혔다.
유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공정택 후보를 제외한 5명의 후보는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4명의 패널과 질의응답을 했다.
▽反전교조 vs 이명박 교육 심판=기호 1번 공정택 후보는 선거운동 내내 그동안 자신이 추진해온 교육정책을 안정되게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직 교육감이란 프리미엄도 기대하고 있다.
공 후보는 “이번 선거는 ‘보수 대 진보’ 차원이 아니라 전교조 교육감을 막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반(反)전교조 전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 후보 측은 “전교조 등 진보진영은 교육정책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유권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전교조 지지 교육감이 나오면 교육정책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와 반대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김성동 박장옥 이영만 후보에 대해 공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호 6번 주경복 후보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미친 교육’이라고 규정하고 “공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교육정책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후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교육감 선거에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19일 촛불집회에서 “내가 교육감이 돼서 청소년들과 촛불을 들고 같이 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후보들은 쟁점이 되는 교육정책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주 후보는 대부분 기존의 교육정책을 반대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선택권=고교에 진학할 때 학군별 강제 배정 대신 선지원 후 추첨을 통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가 2010학년도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현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를 포함해 김성동 박장옥 이영만 이인규 후보는 “경쟁을 통해 학교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며 찬성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는 “일류고에서 삼류고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고교선택제 도입은 이미 2006년부터 추진돼 온 사업이고, 이미 많은 고교들이 이에 대비해 학교 환경 개선 사업에 나서고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평가다.
▽자사고 외고 문제=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는 시도 교육감에게 다양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다.
공 후보는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충실히 하면서 국제중이나 자율형사립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등 다양한 학교 추가 설립을 통해 수월성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성동 후보는 ‘모든 고교의 특목고화’를, 이인규 후보는 특목고 대신 ‘창의형 자율학교’를 각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 후보는 국제중과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등의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외국어고 추가 설립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폐지를 공약했다가 바꾸었다.
자율형사립고 문제는 전국에 걸쳐 다양한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와 시교육청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교원평가제=학부모와 학생 교원 등이 교사를 평가하는 교원평가제는 참여정부 때 추진됐으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반대로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
주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는 즉각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 후보는 “교원평가제를 통해 우수 교사에게는 추가 수당, 연수 기회 등을 주고 수업, 생활지도 등이 부족한 교사는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장옥 후보도 “전면적인 교원평가제를 실시해 부적격 교사를 5% 범위 내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 후보는 “교직사회의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만 촉발한다”며 “교원평가보다 연수제도를 내실화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학부모단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교사들만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교원평가를 찬성하고 있다.
▽학력평가·학교정보 공개=공 후보는 “정확한 학력 진단이 있어야 학력 격차를 줄이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전담 강사 등의 제도를 도입해 학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후보는 “현재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기초수준의 학력을 측정하는 진단평가는 ‘일제고사’로 2009년부터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즉각 중단시키겠다”며 “성적 공개도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정보공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재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이 이미 마련된 상태며 시행령 제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학교 정보 공개를 무조건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영어 교육=공 후보를 포함한 5명의 후보는 영어를 공교육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 후보는 모든 초중고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영어전용교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주 후보는 “학교에서의 영어 수업이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출발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