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싫다” 대낮 관공서 침입 칼부림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막노동 30代, 동해시청 女공무원 찔러 숨지게 해

2년전엔 ‘묻지마 방화’… 집유기간 도중 또 범행

세상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성이 대낮에 관공서 민원실에 들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여성 공무원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저지른 최모(36) 씨는 “세상 살기가 싫고 교도소에 가고 싶어 그랬다”고 진술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 발생=강원 동해경찰서에 따르면 최 씨가 동해시 천곡동 동해시청 1층 민원실에 침입한 시간은 이날 오후 1시 10분경. 최 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민원실 고객봉사과 공무원 남모(37·여·기능 9급) 씨를 흉기로 4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최 씨는 또 이에 앞서 민원데스크에 앉아 있던 또 다른 공무원 이모(37·여·7급) 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팔 등에 부상을 입혔다. 이 씨는 최 씨가 남 씨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리다 부상을 당했다.

최 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민원실 문을 나서다 시청 직원 등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사고 현장=사고 당시 민원실 내 토지관리팀에는 숨진 남 씨 등 공무원 3명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최 씨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여기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 맞느냐”고 물어본 뒤 신문지로 감싼 흉기로 느닷없이 남 씨 등을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청사 1층 민원실에는 공무원 등 50여 명이 있었지만 최 씨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탓에 아무도 손쓸 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동해시청 민원봉사과는 민원팀이 낮은 칸막이로 나눠졌으며 사고를 당한 남 씨는 출입구에서 세 번째인 토지관리팀에서 근무하다가 변을 당했다.

현장을 목격한 차모(49) 씨는 “범인이 민원데스크 뒤쪽으로 들어온 뒤 느닷없이 신문지에 싼 흉기로 남 씨의 머리와 가슴을 찔렀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날부터 흉기를 구입해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초부터 민원실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고 큰 건물이 보여 그곳으로 달려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2년 전에도 부산의 한 전자제품 대리점에 이유 없이 방화를 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가 “세상이 살기 싫어져 범행을 저질렀고 교도소에 가려고 했다”고 반복해서 진술함에 따라 일명 ‘묻지 마 살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동해시에 있는 원룸에서 지내며 막노동으로 생활해 온 최 씨는 21일 원룸에서 방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남 씨는 1995년 지방사무원 10급으로 채용된 뒤 13년간 공직생활을 했으며 남편(40)도 같은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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