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291명 함께 원고
동물이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을까.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를 원고로 내세운 이색적인 소송이 제기돼 화제다.
서울행정법원은 “검은머리물떼새와 어민 291명이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전북 군산시 경암동에 건립 예정인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고 22일 밝혔다.
검은머리물떼새의 소송 대변인은 대전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정현 씨 등 13명. 이들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와 금강 하구 비인만 일대에는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 55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면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배기가스와 이를 식히기 위한 온배수 등의 영향으로 검은머리물떼새가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데다 온배수가 수온 변화를 일으켜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에게도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서천군이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고 시행사인 서부발전은 평가서 작성 당시 서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에도 경남 양산시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대신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반대 대책위원회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철도공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도롱뇽이라는 자연물이 사건 수행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