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전남 영암군 시종면 시종초등학교.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학교 강당은 100여 명의 사람으로 가득했다. 며칠째 내리쬐는 땡볕도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행사에 참석하는 주민들의 발길을 막진 못했다.
올해 들어 31번째, 통산 127호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이지만 영암군민들에게는 의미가 컸다. 3월 21일 영암군 및 영암교육청과 ‘책 읽는 영암 만들기’ 협약을 맺은 뒤 처음으로 군내에 생긴 도서관이기 때문.
협약에 따라 책 3000권을 제공받은 학교 측은 군에서 지원한 예산 1000만 원으로 오후 10시까지 개장하는 연중 무휴 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다.
김일태 영암군수는 “농번기라 짬 내기가 수월치 않겠지만 학교마을도서관을 계기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책 읽는 고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주민들 역시 기대가 컸다.
2학년,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대권(37) 씨는 “책을 빌리려면 읍내 도서관까지 나가야 해서 항상 책에 굶주림을 느꼈다”면서 “여름방학을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진(31) 씨도 “농사짓는 이들이 많아 낮에는 도서관 오기가 쉽지 않은데 밤에도 문을 연다니 더욱 반갑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새 책 3000권을 하루라도 빨리 학생 및 주민들이 볼 수 있게 도서 정리 및 바코드 작업을 하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 방학 중에도 오후 1∼10시 문을 열고 매주 1회 학부모와 함께하는 독서시간도 마련했다.
윤정숙 도서관 담당교사는 “학생과 주민, 교사 모두가 즐기고 사랑하는 최고 ‘피서지’로 도서관을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군수를 비롯해 이재윤 교육장, 김점중 군의회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다만 도서관 유치에 적극 앞장섰던 고 이교창 교장이 개관식을 앞두고 7일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해 많은 이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