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버스 노선 신설 등 이해관계 대립 일쑤
“교통체계 전반 계획 - 운영할 독립기구 절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과 서울 강남구 세곡동 헌릉로를 잇는 용인∼서울고속도로.
총연장 22.9km로 내년 7월 개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분당신도시, 수지·죽전지구는 물론 동탄신도시, 광교신도시 주민들도 이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도로가 뚫리더라도 이들 지역 주민의 출퇴근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차로로 시원하게 뻗어나가던 도로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부터 4차로로 줄어들면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생활권은 광역 교통정책은 제각각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는 2000년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용인지역 난개발로 수도권 남부지역이 최악의 교통체증을 겪던 때였다. 용인∼서울고속도로는 교통난 해소를 위한 핵심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공사는 설계에 착수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서울시가 교통량 과부하를 지적하며 반발했고 결국 6차로는 4차로로 줄어들었다. 당초 노선도 양재대로에서 헌릉로로 변경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교통정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교통은 꼬여만 가고 있다.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노선 신설 및 조정 문제도 해묵은 갈등 중의 하나.
경기도는 최대한 노선을 늘리려고 하는 반면 서울시는 교통량 증가를 이유로 신규 노선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는 2005년 2월 수도권교통본부를 만들었다.
3개 지자체에서 돌아가며 본부장을 맡는다. 본부장(3급)의 직급은 서울시 담당 국장(1급)보다 낮다.
지자체 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고도의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셈. 이처럼 지자체 중간에 낀 채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불협화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와 서울시, 철도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버스와 전철 이용 거리를 합산해 요금을 내는 ‘대중교통 통합요금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광역버스까지 확대했다.
통합요금제 확대로 경기지역 주민들은 연간 약 2000억 원의 통행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경기개발연구원 지우석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사람들은 행정 경계에 상관없이 움직이는데 교통정책은 행정 경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도권 교통체계에 대한 계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외국도 독립 기구가 대세
외국은 대도시권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적인 기구를 운영 중인 곳이 많다.
미국 ‘워싱턴 도시권 대중교통청(WMATA)’은 컬럼비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3개 주정부가 함께 설립했다.
WMATA는 직접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한다. 민간 운수업체와의 버스노선 협의도 맡는다. 주정부로부터 일부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재원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인 교수 기업인 등 각계 대표로 이뤄진 운영위원회가 전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영국 런던의 교통정책은 ‘런던 교통운영기구(TFL)’가 추진한다. 위원장은 런던시장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를 받아 런던과 주변 지역의 중장기 교통전략을 추진한다.
프랑스 ‘파리 수도권 교통연합체(STIF)’는 파리 인근의 광역교통정책을 직접 수립하고 추진한다. 중앙과 지방정부 대표가 참여한다. 교통세와 과태료 등이 주 수입원으로 요금 결정부터 노선 조정, 투자계획 마련 등 대중교통에 대한 총괄적 책임을 맡는다.
일본도 도쿄(東京) 지역의 전반적인 교통정책을 추진하는 ‘관동운수국’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서울 출퇴근 혼잡 해소 경기도 혼자선 힘들어”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사진) 경기지사는 취임 때부터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는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불합리한 교통신호체계 개선, 혼잡도로 개선, 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환승센터 조성,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 광역급행버스 확대 등을 추진해 도내 교통소통시간이 줄어드는 등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김 지사는 “수도권 교통 문제의 핵심은 서울 출퇴근 혼잡인데 경기도 혼자 노력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시와의 협의도 항상 원만하지는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경기, 인천이 참여하는 수도권교통본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고 실질적인 직권이나 협의조정권한이 없다 보니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영국이나 미국, 일본처럼 수도권의 교통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광역교통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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