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건국대 주경복 교수가 바로 이 허점을 이용해 올 1학기 자신이 강의한 2개 과목 수강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줬다고 한다. ‘A학점은 수강생의 35% 이하, A와 B학점을 합쳐 70% 이하로 한다’는 학사규정을 어겨 교무처로부터 주의조치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공동 리포트 수업이었고 학생들이 다 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지만 그렇다면 강의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남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다. 주 후보의 ‘평등한 최고학점’ 부여는 학생들의 경쟁심과 성취동기를 약화시켜 결국 실력 있는 인재 배출에 역행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A학점 선심이 당장은 학생들에게 인기 있겠지만 취업시장에서 해당 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등’을 말하는 교수가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정작 학교와 학생들의 장래에는 해(害)를 끼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프랑스는 더는 지식 창출의 리더국가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평등만 강조한 나머지 인재 경쟁력을 상실한 ‘하향 평준화 교육’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주 후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등의 열성적 후원을 받고 있다. 그의 ‘다 잘해’ 평등주의는 선거공약인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원평가제 반대’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과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교원평가제에 찬성했다. 평가가 없으면 자극이 없어 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주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고교 선택제, 자립형 사립고 설립, 특목고 추가 설립 등에도 반대하며 ‘평준화 교육의 완성’을 외친다. 그대로 하면 평준화가 아니라 모든 학생의 평둔화(平鈍化)가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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