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병대 초소 지붕 무너져 3명 사망

  • 입력 2008년 7월 24일 02시 49분


23일 0시경 지붕이 무너지면서 초병 3명이 사망한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해안 절벽의 해병대 초소. 콘크리트 잔해와 모래주머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포항=연합뉴스
23일 0시경 지붕이 무너지면서 초병 3명이 사망한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해안 절벽의 해병대 초소. 콘크리트 잔해와 모래주머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포항=연합뉴스
초병은 위치를 지켰지만 나라는 그들을 못지켰다

모래주머니 400kg 쌓여있던 지붕 경계근무 중 와르르

전입 이틀된 이등병도 참변… 노후시설 안전불감증 논란

해병대 초소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장병 3명이 초소 지붕이 무너지면서 모두 숨졌다. 초소 건물 붕괴로 장병이 숨진 사고는 처음이다.

23일 0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동배1리 바위 절벽 위에 설치된 해병 1사단 초소의 지붕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환기(22) 상병과 이태희(20) 이영호(21) 이병 등 3명이 초소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콘크리트에 깔려 숨졌다.

사고가 난 초소는 가로 2.6m, 세로 2.4m, 높이 2.5m 크기의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것으로 두께 15cm의 지붕(가로 4m, 세로 3m) 위에는 1개에 10kg가량인 모래주머니 4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사고 당시 지붕이 무너지면서 콘크리트와 모래주머니 더미가 장병들을 덮쳤다. 모래주머니는 교전 때 총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거나 이동식 장비를 설치하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부대 측은 밝혔다.

주 상병 등은 22일 오후 10시 근무에 투입된 뒤 11시 반에 초소 본부에 “특이사항 없다”는 보고를 마지막으로 했다. 초병들은 30분 단위로 이상 여부에 대한 상황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경계 근무는 2명이 한 조로 투입되지만 이영호 이병은 이틀 전에 부대에 전입해 주 상병 등과 합동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근무 교대를 하러 23일 0시에 초소에 도착한 손모(22) 병장은 “초소가 완전히 무너진 채 이 이병 등 2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주 상병은 초소가 붕괴되면서 튕겨 나가 7m 아래 해안 바위언덕으로 굴러 떨어졌다.

숨진 장병들은 모두 대학 재학 중 입대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주 상병은 광주 출신으로 동신대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다 지난해 1월 입대했다.

부대 관계자는 “주 상병은 다음 달 병장으로 진급할 예정이었다”며 “전역 후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근무를 마치고도 늘 책을 손에 쥐는 등 후배들에게는 모범인 해병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대전 출신의 이태희 이병은 대덕대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다 올해 4월 입대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이영호 이병은 동서대 관광학과에 재학 중 올해 5월 입대했다.

초소 붕괴사고를 놓고 부대가 관리하는 초소 중 13개가 1970년에 지은 낡은 건물인데도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대 측은 “장마와 태풍을 앞두고 안전점검을 했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단 공병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초소가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수십 년 동안 바닷바람을 맞은 데다 지붕 위 모래주머니가 누른 상태에서 지반에 이상이 생겨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대 측은 유족과 의논해 사단장으로 장례를 지낸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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