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날벼락’ 맞은 강화도 연꽃축제

  • 입력 2008년 7월 24일 07시 24분


고려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던 사적 259호 선원사(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의 연꽃 밭 10만 m²에 요즘 홍련, 백련 꽃이 활짝 피어났다.

예년 같으면 연꽃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음악 및 무용단 공연, 공예 체험 등의 ‘연꽃 축제’가 펼쳐졌지만 올해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강화군의회가 연 상품화 육성을 위해 국비까지 지원된 향토산업비 가운데 연꽃 축제 지원금(5000만 원)을 전액 삭감해 축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고인돌, 삼랑성, 새우젓 등 강화도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의 지원금 수천 만∼수억 원을 그대로 승인한 군의회가 쌀 수입 대체작물인 연의 상품화를 주도하는 축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 군의회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농촌 경제 살리는 연 전진기지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인 전남 무안과 12.8ha 규모의 경기 시흥시 ‘연꽃 테마파크’에서는 매년 7∼8월 대대적인 연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인천에선 선원사가 10년 전 논 몇 마지기에 연을 심기 시작해 10만 m² 규모의 연꽃단지로 키웠다. 선원사의 주지인 성원 스님은 쌀 대신 유기농법으로 연을 키워 차, 냉면, 국수, 분말가루,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연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연꽃이 자라는 논에는 비단잉어, 장어, 메기, 우렁이 등을 키워 쌀농사보다 10배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신정리, 연리 지역 농민들도 2005년부터 연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체작물을 찾던 농림수산식품부는 ‘선원사의 성과’를 인정해 이 일대에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선원면은 인천에서 처음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지정돼 올해부터 2012년까지 7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에 따라 신정, 지산, 연리 3개리가 1개 권역으로 묶어 도시인을 끌어들이는 관광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연꽃단지를 전국 최대 규모인 150만 m²로 늘리는 사업도 추진된다.

농림부는 또 연 상품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선원면 일대에 10억 원을 지원하는 ‘향토산업비’도 별도로 마련했다. 선원면을 연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군의회의 연꽃축제 지원 중단 논란

강화군은 연꽃축제를 강화도의 대표적인 축제로 정착시키기 위해 300만∼500만 원이었던 축제 지원금을 올해 5000만 원으로 늘려 군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군의회는 5월 1차 추경예산안 심의 때 “주민 참여도가 낮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액 삭감했다. 당시 군의장이었던 이상설 군의원은 “2500만 원만 승인하려 했지만, 군에서 더 많은 액수의 축제 지원금을 올려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원 스님은 “연꽃 축제, 연 상품 개발을 선도했기 때문에 선원면이 향토산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이라며 “정부도 인정한 사업을 군의회가 방해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강화도시민연대 남궁호삼 공동대표는 “군의회가 강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축제를 돕지 못할망정 중단시키는 부끄러운 상황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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