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한국인 2명 민중의 지팡이로

  • 입력 2008년 7월 26일 03시 01분


귀화 한국인 경찰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어학특기로 선발된 인도네시아 출신 주지강(38) 씨와 필리핀 출신 아나벨(41·여) 씨.

이들은 25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고 신임 경찰로 임용됐다.

귀화 한국인 경찰 탄생은 지난해 중국동포 한 명이 경찰로 임용된 데 이어 두 번째. 이로써 모두 3명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주 씨는 1995년 한국에 들어와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송출회사에서 근무했다.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된 지난해부터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통역을 맡았다.

주 씨는 “통역 일을 하면서 경찰과 검찰 조사에도 통역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두 딸과 아들을 둔 그는 “인도네시아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고 한국에 온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외사요원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아나벨 씨도 필리핀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벌써 11년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둔 엄마인 그는 “아이들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영어를 가르쳤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마련한 이주여성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여러 사회활동을 하면서 경찰 통역을 할 기회도 갖게 됐다는 것.

아나벨 씨는 “통역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보람도 컸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경찰이 돼 본격적으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 씨와 아나벨 씨는 경장 계급을 달고 각각 경남경찰청과 경기경찰청에 발령됐다.

마흔 줄에 경찰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이들은 “귀화했다는 사실을 장점으로 활용해 당당한 경찰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귀화 한국인인 줄 모르고 중국동포를 뽑았지만 이번에는 귀화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외국어 특기자를 선발했다”며 “국제화 다문화 사회에 적합한 경찰관이 앞으로도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경찰학교는 이날 졸업 및 임용식에서 기동경찰 989명과 외사·사이버 경찰 41명 등 1030명의 신임 경찰을 배출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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